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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 석유화학 살리려면

김소라 기자  2024-12-12 07:35:19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막다른 길에 놓였다. 중국이 중심이 된 공급 과잉 속 점점 설 곳을 잃고 있다. 가장 큰 수요처인 중국 시장의 경기 부양 정책이 영업 회복의 실마리로 꼽히지만 낙관할 순 없다. 대규모 물량 공세로 단가 경쟁력을 갖춘 자국산 제품이 외려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앞으로는 더 암울하다. 중국에 이은 또 다른 빅 플레이어 중동의 참전이 예고됐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 아람코가 기존의 단순 정유 업체에서 탈피해 글로벌 최대 석유화학사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탈탄소 등 친환경 정책이 산업 전반에 확산되며 신규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풍부한 자금력을 발판 삼아 기초 원료인 에틸렌을 대거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 속 국내 석유화학 업계 타격은 감지된다. 자산총액 기준 주요 3사(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영업 성과는 올해 일제히 위축됐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LG화학은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 공급량 조절, 수요 둔화 등으로 매출 자체가 줄었고 반면 고유가 흐름이 이어지며 원가 부담은 가중된 영향이다.

내부에서도 이전과 다른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업계에 몸담아 온 한 관계자는 "통상 석유화학은 사이클을 타는 업종이다 보니 앞서 3년 주기로 동일하게 실적 부진 이슈는 있었다"며 "다만 이전과 달리 중동발 물량 공급 등 변수와 이에 따른 단가 확보 어려움이 상존하고 기존 내부 조달 방식의 원료 수급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에서 영업 환경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업계는 큰 기대는 걸지 않고 있다. 앞서 2010년대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얻지 못한 탓이다. 비용 부담을 덜어줘도 모자란데 컨설팅 명목의 부대 비용을 외려 지출해야 했다. 뚜렷한 해답도 찾지 못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이에 맞는 산업 정책 마련, 규제 일시 완화 등 대책이 요구되나 개별 기업에 초점을 두는데 그쳤다.

당장 이들은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 제품 단가로나 품질로나 글로벌 기업에게 밀리지 않을 체력이 필요하다. 대안으로 첨단 기술 내재화 작업이 꼽힌다. 정부는 연구개발 예산을 늘려 힘을 보탤 수 있다. 생산 물량 확보를 위한 유연한 인수합병 지원도 가능하다. 공정거래법상 과점 문제로 제한된 동종 기업 간 사업부 거래를 가능케 하는 식이다. 풍전등화에 놓인 국내 석유화학 산업을 살리려면 이같은 적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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