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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10대 그룹은 작년 각자의 위기를 맞았다. 삼성은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위기등이 켜졌고 SK는 배터리 사업의 정상화를 노렸지만 '캐즘'이라는 복병을 맞았다. LG와 롯데, 한화는 화학 시황 부진이라는 악재를 맞이했다. 2025년이 밝았지만 새해의 활력보다는 위기 극복에 대한 간절함이 더 드러나 보이는 배경이다. THE CFO는 10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 현주소를 조망하고 올해를 관통할 재무 이슈를 살펴봤다.
HD현대일렉트릭이 HD현대그룹의 효자로 떠올랐다. 전력 호황기를 맞아 현금창출력이 강화된 덕이다. 이어지는 설비투자와 배당금 지급으로 현금이 유출됐음에도 2024년 3분기 들어 여유현금을 쌓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금창출력을 추가 수익의 발판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4000억원 규모의 전력변압기 신규 시설투자를 결정했다. 벌어들이는 현금이 늘어난 만큼 이를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로 재무안전성을 유지할 방침이다.
◇신규 수주 '선수금 증가', FCF 플러스 전환 전력기기 제조업체 HD현대일렉트릭이 국내외 초고압 변압기 생산시설에 대한 증설 투자를 단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울산사업장 내 생산공장 신축에 2118억원, 미국 알라바마 제2공장 건립에 1850억원 총 3968억원을 투자한다.
전력 시장 호황기가 이어지는 만큼 주력 시장의 변압기 수급 분석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선제적인 CAPEX 투자 확대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특히 2024년 들어 HD현대일렉트릭의 현금창출력이 강화된 만큼 이를 활용해 안정적인 CAPEX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을 설비 투자에 투입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연결 기준 2023년 3분기 말까지만 해도 2293억원에 그쳤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년 만에 5505억원으로 14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도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625억원을 기록했다.
그간 HD현대일렉트릭은 EBITDA를 창출해왔지만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규모가 늘면서 유출되는 현금이 많았다. 그러나 2024년 들어 인공지능(AI) 등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력 수요가 급증했고 해외 물량 납품이 본격화됐다.
신규 수주를 바탕으로 선수금을 확보하면서 효율적인 운전자본관리가 이뤄졌다. 계약부채인 선수금을 통한 현금 유입은 같은 기간 2344억원에서 3334억원으로 49% 증가했다. 반면 재고자산이 쌓이면서 유출된 현금은 2402억원에서 370억원으로 감소했다.
◇"시설투자금 최대한 자체 현금 활용" 결과적으로 HD현대일렉트릭은 여유현금을 쌓게 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어지는 CAPEX 투자와 배당금 지급 등으로 2022년부터 2023년 3분기 말까지 잉여현금흐름(FCF) 순유출을 기록했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빠져나간 돈이 많았다는 의미다.
호황기를 맞이한 2024년 3분기 말부터는 상황이 반전됐다. CAPEX 투자로 998억원, 배당금 지급으로는 360억원 등 더 많은 현금이 유출됐음에도 현금흐름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유입되는 현금이 늘어나면서 FCF는 5267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활용해 안정적인 CAPEX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울산과 알라바마의 총 설비투자금이 3968억원인 점을 감안해 단순 계산하면 여유현금을 모두 소진하고도 1299억원이 남는 수치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약 2년에 걸쳐 현금흐름을 고려한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번 설비투자가 마무리되면 연간 약 3000억원 규모의 추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수익을 재투자해 추가 현금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로 자금 소요에 대응할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이번 설비투자금은 캐시플로를 고려해 최대한 자체 현금을 활용해 충당할 계획"이라며 "그 외의 차입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