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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그 이후

오스템임플란트, 아픈손가락 파마 '절단 대신 봉합을'

③725명 거래처·모회사 직원 대상 292억 유증, '외감법인 요건' 채우며 정공법

최은수 기자  2024-08-16 07:08:48

편집자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행동주의펀드의 문제제기를 이끌만큼 취약했으며 창업주가 PE 컨소시엄에 경영권을 넘기게 된 기폭제가 된 지배구조와 내부통제까지. 공개매수에 따른 자진 상장폐지 후 제도권 밖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린 오스템임플란트에도 물론 고민은 있다.

자회사 오스템파마의 자립과 투명성 제고는 몸만들기에 한창인 오스템임플란트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그룹 미래 발굴 과정에서 이해상충이 나타나며 뒷말을 만들어 내던 오스템파마는 어떻게 변모하고 있을까. 현재로선 솎아내기보다 주주와 이사회를 정비하고 '독특한 외부자금 유치'를 통해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주요주주가 모회사서 증자 의결, '내부통제 미흡' 지목

오스템파마는 2015년 설립 당시부터 모회사 오스템임플란트의 자산 일부를 흘려보내며 성장해 왔다. 의약품 및 의약외품의 제조와 판매를 주 목적으로 설립된 점을 보면 단기간에 자생을 바라긴 어려운 제약바이오벤처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2020년엔 오스템오랄케어(옛 뷰센)를 흡수합병하면서 사업 영역을 구강 관리 용품으로 넓혔다. 그럼에도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속적으로 오스템임플란트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으며 사업을 이어 왔다.

설립 후 투자 과정에서 기존 창업주 최규옥 회장과 창업주 일가 그리고 장수 CEO가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뒷말을 낳았다. 바이아웃 전 오스템파마의 최대주주는 오스템임플란트로 지분율 50.33%이었다. 나머지를 최 회장과 그의 가족 그리고 지금은 퇴임한 엄태관 전 오스템임플란트 대표가 나머지 지분을 소유했다.

앞서 지분구조와 모회사 오스템임플란트가 올해 1분기말 기준 110억원을 빌려주고 기업은행에 약 43억원의 차입금지급보증을 선 대목을 함께 짚어볼 만하다. 이 과정에서 오스템파마 주주인 엄 전 대표는 오스템임플란트 CEO로서 증자와 차입보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

오스템파마는 자립까진 먼 길을 가야 하는 제약바이오기업이다. 앞서 자금수혈과 지원 행보를 최대주주 차원에서 책임경영을 위한 결단으로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의사결정 구조가 깔끔하지 못했고 오너 일가가 주주로 포함된 회사에 모회사 자금이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박한 평가를 받아 왔다.

앞서 오스템임플란트 그리고 오스템파마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를 들여다보던 행동주의펀드 KCGI는 바로 이 지점을 지목했다. KCGI는 2022년 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 컨소시엄의 바이아웃이 진행되기 전부터 오스템파마를 완전자회사로 만들거나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725명 임직원 주주 대상 증자'로 외감법인 지정, 논란 불식할까

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바이아웃 이후 오스템파마의 주주 구성부터 임원진 일체를 정비했다.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가 최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을 매입하며 2대주주로 자리하면서 '오스템파마는 가족회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움직임도 시작했다.

2024년 8월 현재 오스템파마의 주주 명단에서 최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이름은 사라졌다. 더불어 오스템파마의 임원진엔 새 최대주주이자 사모펀드운용사(PE) MBK 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 인사들을 두루 배치했다.

그러나 오스템파마가 아직 미생(未生)인만큼 추가적인 자금조달 이슈는 계속될 예정이다. 언제든 다시 최대주주를 움직여 조달이나 거래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오스템임플란트와 오스템파마는 적자를 이유로 미래를 버리기보다 독특한 조달 카드를 꺼내들면서 반등을 노리는 모습이다.

오스템파마는 구체적으로 700명이 넘는 개인주주를 대상으로 한 3자배정 유상증자를 예고한 상태다. 또 최대주주인 오스템임플란트나 PE 컨소시엄이 아니라 '오스템파마의 거래처 임직원과 모회사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자금 조달'인 점이 눈길을 끈다.

오스템파마가 신고한 대로 이달 말까지 조달을 마무리하면 오스템파마의 주주 구성은 약 730명으로 늘어난다. 비상장 법인이라 해도 주주 구성이 500명을 넘어설 경우 외부감사법인 지정과 함께 정기공시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비상장법인이 외부감사법인으로 지정될 경우 별도의 외부감사를 거친 감사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또 정기공시 요건을 충족하면 보고서 작성 및 공시 요건이 감사보고서를 넘어서 사업보고서 및 분·반기 보고서로까지 확장된다.

이는 오스템파마가 비상장법인이라 해도 증자를 마치고 나면 회사의 현황을 정기적으로 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단계에 다다른다는 뜻이다. 그간 업계와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투명성과 내부통제 문제를 해소하고 임직원을 대거 주주에 참여시키면서 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단 의지가 보인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오스템파마 설립 후 이어진 모회사 출자와 이번 자금조달 그리고 정기공시 요건 충족 등은 모두 적자 계열사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최대주주 측의 책임 경영 차원으로 진행된 건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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