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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10대 그룹은 작년 각자의 위기를 맞았다. 삼성은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위기등이 켜졌고 SK는 배터리 사업의 정상화를 노렸지만 '캐즘'이라는 복병을 맞았다. LG와 롯데, 한화는 화학 시황 부진이라는 악재를 맞이했다. 2025년이 밝았지만 새해의 활력보다는 위기 극복에 대한 간절함이 더 드러나 보이는 배경이다. THE CFO는 10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 현주소를 조망하고 올해를 관통할 재무 이슈를 살펴봤다.
포스코그룹의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가 분할 후 조원대 순현금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말 이차전지 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의 신종자본증권을 매수하는 등 계열 지원까지 하고도 2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해 캐즘과 철강 산업 불확실성 등 그룹 지주사로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와 같은 건전한 재무구조와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열사의 실적과 그에 따른 배당이 받쳐줘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퓨처엠 5000억 수혈에도 2조원대 순현금 기조 유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포스코홀딩스의 별도 순현금은 2조9912억원이다. 현금성자산 3조324억원에 금융권 차입금 413억원을 제한 값이다.
포스코홀딩스는 2022년 분할 이후 줄곧 2조원대의 순현금을 유지해왔다. 2022년 말과 2023년 말의 순현금은 각각 2조5710억원, 2조5597억원이다.
올해를 시작하는 현 시점에서 포스코홀딩스의 순현금 규모는 일부 줄어들었 것으로 예측된다. 작년 11월 포스코퓨처엠이 재무건전성 강화를 목적으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6000억원 중 5000억원을 포스코홀딩스가 인수하면서다. 이를 고려해도 작년 말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순현금 규모는 2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일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 부진에 배당 원천 감소…주주환원 확대, 현금 유출량은 증가 순수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수익 원천은 계열사로부터 수령하는 배당금이다. 포스코홀딩스가 작년 3분기 누적 기록한 별도 매출 1조4609억원 중 90%인 1조3202억원이 배당금수익이다. 2023년에도 별도 매출 1조4541억원 중 1조2542억원이 배당금수익이다.
다만 2023년 대비 작년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지주사로 유입될 현금 규모도 이전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주요 배당 원천인 사업회사 포스코의 경우 작년 3분기 누적 연결 순이익으로 7183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같은 기간에는 1조2401억원을 기록했다. 1년 만에 순이익 규모가 약 42% 감소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캐즘'에 직격탄을 맞아 순이익 규모가 2023년 대비 작년 크게 작아졌다. 작년 포스코퓨처엠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46억원으로 2023년 3분기 누적 1065억원에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올해도 상황이 쉽지 않다. 그룹의 핵심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시황이 관건이지만 두 산업군 모두 불확실성이 크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경기 부양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작년에 이어 역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내수의 경우 건설 투자 지표 부진, 캐즘 현상 지속, 관세 이슈 회피를 위한 현대차그룹 조지아공장(HMGMA)향 국내 생산물량 현지 이전 가능성, 조선업의 저가 중국산 후판 선호 현상 지속 등 부정적 요인을 감안할 때 약세 또는 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양극재 시장의 분위기는 비교적 더 침울하다. 올해 캐즘이 절정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에 이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전기차 시장이 더욱 힘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면서다.
여기에 포스코홀딩스는 추후 주주환원 등으로 유출될 현금이 많아질 예정이다. 작년 말 발표한 기업가치제고계획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추후 연간 별도 잉여현금흐름(FCF)의 50~60%를 재원으로 기본 배당(1만원) 지급 후 잔여 재원을 추가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FCF가 얼마가 나오든 절반 이상을 주주 환원한다면 회사에 쌓이는 유보금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작년의 경우 포스코홀딩스의 3분기 누적 별도 FCF는 1조2530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