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은 어떤 인물을 CFO로 세웠을까. 코스닥 기업별 CFO의 특징보다 먼저 눈길이 가는 부분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총 상위 기업과는 '연령대나 맨파워'에서부터 차이를 보인 점이다.
코스피의 경우 비교적 연배나 학력이 높았으며 재무 외에 다양한 부문에서 경륜을 쌓은 '86세대'를 선호했다. 반면 코스닥은 1970년대생이 대세였고 평균 10년 근속해 코스피 기업 CFO들보다 젊었다. 업무 집중도는 코스피 기업보다 적었다.
◇재무책임자, 코스피 '86세대 막내' VS 코스닥 'X세대 맏형' THE CFO는 2025년 1월 17일 기준 코스닥 시총 상위 150개 기업의 CFO와 신고업무담당임원을 분석했다. 먼저 △거래정지 및 관리종목을 제외한 다음 △보고서 제출기한에 맞춰 2024년 3분기 보고서를 제출했거나 △그밖에 신고담당임원이 작성책임자로 기재된 보고서를 추가로 제출한 코스닥 상장사를 추렸다.
이어 △각 기업에서 동일인물이 재무총괄업무를 겸직하는 사례를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CFO가 없거나 공개하지 않았을 경우 재무책임자로서 신고업무담당임원을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산출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50개 기업 재무책임자의 풀(Pool)을 살펴봤다.그 결과 해당 기업에서 CFO와 신고업무를 담당하는 모든 임원은 총 156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연령을 확인할 수 있는 임원은 총 144명이었다.
이들의 출생연도 평균치는 1971년이었다. 2025년 기준 코스닥 주요 기업의 CFO 및 재무책임자는 만 54세, 통칭 X세대의 문을 연 맏형들이 주로 재무와 관련한 중책을 맡고 있단 뜻이다.
코스닥 CFO에 대한 결과치는 코스피 상장사와는 일부 차이를 보인다. THE CFO가 코스피 상장사 총 300개 기업에서 재무책임자의 연령을 확인한 결과 중복 인원을 제외한 CFO와 신고업무담당임원 338명의 평균연령은 2025년 기준 만 56세였다.
연도로 따지면 코스피 상장사 재무총괄은 1969년생으로 86세대의 막내에 해당한다. 코스피 상장사와 코스닥 상장사 모두 평균연령만 놓고 보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상징성 측면에선 분명한 변곡점이 있다. 각각 '86세대와 X세대의 분기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기업은 조사 기업 300곳 중 약 20%가 재무책임자와 신고담당임원을 따로 뒀다. 다만 코스닥에선 150개 기업 중 단 6곳, 비율로는 4%만이 재무책임자와 신고담당임원을 구분했다. 외형만 놓고 보면 코스닥 주요 기업은 재무책임자 즉 CFO가 신고업무담당임원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코스닥 기업이 애초에 CFO를 잘 임명하지 않는 데 따른 착시가 반영된 결과다. 2025년 기준 코스닥 상장사의 CFO 트렌드는 '재무나 IR, 조달 부문을 세분하고 각 자리마다 급이 낮은 임원'을 두는 식이다. 반면 코스피 기업은 재무책임자와 신고담당임원을 구분할지언정 내부에 공식적으로 CFO를 따로 선임하는 게 트렌드다.
통상 CFO가 존재하는 기업은 자본시장법에 의해 CFO가 '신고업무담당임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적어도 신고업무담당임원은 임원급으로 지정하도록 규제하고 예외적으로 직원을 세울 땐 당국에 별도로 신고를 해야 한다. 임원 유무를 떠나 기업마다 어떤 식으로든 책임자는 반드시 있어야 한단 의미다.
다만 국내법령은 신고업무담당임원를 CFO로 두도록 권고만 한다. CFO가 신고업무담당임원을 당연직으로 맡도록 규제하진 않는단 뜻이다. 이에 일부 코스피 기업 및 코스닥 기업은 CFO를 반드시 둘 의무는 없는 점을 토대로 내부 사규를 꾸려 CFO와 별도의 신고업무담당임원을 세운 것으로 확인된다.
◇김기진 하이젠알앤엠 부사장 1952년 최고령, 젊은 CFO '게임·바이오'에 개인별로 살펴보면 김기진 하이젠알앤엠 부사장이 1952년 11월생으로 나이가 가장 많았다. 그 뒤는 이승로 에스피지 기획실장(1956년 9월생), 문경민 하림지주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 1958년 3월생)이 자리했다. 이 중 김 부사장만이 공식적으로 CFO 직함을 달고 있다. 이 실장이나 문 팀장은 신고업무만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CFO 가운데 최고령자에 해당한다. 제일약품그룹 지주사 제일파마홀딩스의 문봉희 부사장도 1952년생으로 동년배다. 문 부사장은 30년 가까이 제일약품그룹에서 근속하며 신고업무담당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제일파마홀딩스도 CFO 직책을 공식화하진 않았다.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코스닥 상장기업도 젊은 CFO 및 재무책임자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런데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있는 30대 CFO가 코스닥 상위사엔 1명도 없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안재우 시프트업 상무가 1988년생으로 총 450개 코스닥·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유일한 30대였다. 안 상무는 카이스트 산업시스템공학을 전공했고 시프트업 이사회 등기임원이기도 하다.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300위권까지 범위를 넓히면 토모큐브의 구완성 CFO가 만 39세(1986년생)다. 구 CFO는 서울대학교 약학과 석사 출신으로 바이오 섹터 애널리스트로 재직하다 인하우스의 길을 택했다. 작년 토모큐브에 CSO로 합류했고 올해부터 공식적으로 CFO 업무를 시작했다.
순위권 안을 기준으로 가장 젊은 CFO는 1984년 동갑내기인 에바 황(Eva Huang) 휴젤 재경본부장, 조석우 펄어비스 재무기획실장과 박현성 루닛 상무였다. 앞서 시프트업과 토모큐브를 포함해 젊은 CFO들이 게임 또는 바이오섹터에 재직중인 점도 특기할 만하다.
코스닥 상장사 CFO 가운데선 1959년생인 안태일 성광벤드 전무는 1950년생 인물 중 유일한 박사학위 소지자이자 최장근속자 2개 타이틀을 쥐고 있다. 안 전무는 2025년 기준 성광벤드에서만 40년째 근무 중이다. 최대주주인 안재일 대표와 친인척이다.
이밖에 코스닥 주요 기업 CFO 및 재무책임자들의 평균 기업 근속연수는 약 9.38년으로 10년에 육박했다. 코스피 시총 상위 300개 기업의 경우 계열사 상장 사례가 많아 순환보직 또는 인사교류 사례가 많아 회사 근속연수가 평균 7년에 불과했던 것과 차이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