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코스닥에 입성에 성공한 하이젠알앤엠이 주가 측면에선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상장 첫날 확정 공모가(7000원)의 2배가 넘는 1만8000원에서 거래를 시작했지만 한달여가 지난 최근 기준 주가는 그 반토막 수준인 9000원대로 내려왔습니다.
다행히 주가가 공모가 위로는 유지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달 중순 한때 8000원대까지 내려가면서 공모가마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최근 일주일 사이 반등했습니다.
다만 이 반등세도 얼마나 더 이어질지 지켜봐야 합니다. 지난 26일 1만원을 넘겼던 주가가 27일엔 다시 7%대의 하락폭을 보이며 9000원대로 내려앉았기 때문이죠. 아직은 주가의 중장기적 방향성에 대해 단언하기는 이른 상황입니다.
오버행 물량이 거의 없음에도 주가가 부침을 겪는 건 아쉬운 대목입니다. 7월 들어 다소 차갑게 돌아선 코스닥 투심 영향도 있겠지만 아직 하이젠알앤엠의 중장기 성장 시나리오에 대해 시장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죠.
◇Industry & Event 하이젠알앤엠은 2007년 ‘다노인베스트먼트’라는 사명으로 설립된 회사입니다. 설립 직후 ‘하이젠모터’로 사명을 바꾼 후 오티스엘리베이터의 산업용 모터 사업부를 인수해 모터 중심의 사업모델을 갖췄죠.
인수를 통해 확보한 모터사업부의 전신은 LG전자 모터사업부입니다. LG전자 사업부 시절 서보모터 부문에서 기술과 사업 노하우를 쌓아온 덕분에 하이젠모터로 간판을 바꿔단 이후로도 순탄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이젠알앤엠은 최근엔 협동로봇, 물류로봇, 휴머노이드 등의 로봇이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액추에이터 엔지니어링까지 제공하는 ‘스마트 액추에이터 솔루션’ 기술로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부턴 국내 대기업 로봇 메이커 A사에 다종의 액추에이터를 공급하는 레퍼런스를 쌓았습니다. 그 외 다양한 로봇 메이커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죠. 지난해까지 3년 연속 700억~800억원대의 연매출 외형을 유지했습니다.
지난달 말 이뤄진 하이젠알앤엠의 상장 후 시장 관심사는 초기 주가 방향성이었습니다. 기술 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한 다른 종목들과 달리 일반 상장 코스를 밟은 하이젠알앤엠의 주가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이목이 쏠렸습니다. 특히 기존 주주 엑시트 물량이 거의 없어 오버행 우려가 낮은데다 10%대에 그친 유통 물량이 하이젠알앤엠을 ‘품절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우상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죠.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다소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주가는 상장 직후부터 지난 18일까지 한 달 가까이 별다른 반등없이 내리 우하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19일부터 6거래일간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9000원대로 내려앉는 모양새입니다.
투자자들이 하이젠알앤엠의 추가 성장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관망하는 스탠스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통물량이 적어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취약점으로 거론됩니다. 유통물량은 당분간 10%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84%의 최대주주(특수관계자 포함)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주주들 물량에 1년 6개월의 보호예수가 걸려있기 때문이죠.
◇Market View 스몰캡으로 분류되는 만큼 아직은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상장 전 유진투자증권이 낸 보고서를 제외하면 상장 후 추가로 나온 보고서는 없습니다. 상반기 결산 실적이나 유의미한 규모의 공급계약이 나오기 전까진 이러한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들은 최근 부진한 주가 추이에 다소 불만이 많아 보입니다. 주주 커뮤니티 상에는 흑자임에도 주가가 크게 힘을 못 쓰는 점에 대해 회사 측의 관리 역량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Keyman & Comment 하이젠알앤엠의 재무파트 키맨으로는 최고재무책임자(CFO)직을 맡고 있는 김기진 부사장을 들 수 있습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에 20년 넘게 몸 담았던 인물이죠. 김기진 부사장이 두산에너빌리티는 하이젠알앤엠 창업자인 김재학 대표와 인연을 맺은 곳이기도 합니다. 재직 기간이 정확히 겹치죠.
당시 김 대표는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까지 맡았고 김 부사장은 상무직까지 올랐습니다. 김 부사장 역시 하이젠알앤엠 IPO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와의 인연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 부사장은 이날 더벨과의 통화에서 최근 주가 흐름에 대해 묻는 질문에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주가 흐름에 대해) 일단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적은 유통물량 탓에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것 아닌가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장 첫날 유통 물량이 300만주였는데 거래량이 4800만주까지 올라갔다”면서 “적은 유통 물량에 단타가 많이 나오면서 주가 움직임이 커지는 것 같기도 하다. 우선은 공모가 위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건 다행”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분기 실적에 대해 그는 “결산 중인데 정확한 내용에 대해선 아직 외부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