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2025년 10대 그룹 재무 점검

이보다 좋을 수 없다…현대차그룹, 이익규모 3년간 '5배'

①비금융 12개사, 작년 9월 합산 영업이익 24조…완성차 약진이 견인

고진영 기자  2025-01-17 13:24:26

편집자주

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10대 그룹은 작년 각자의 위기를 맞았다. 삼성은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위기등이 켜졌고 SK는 배터리 사업의 정상화를 노렸지만 '캐즘'이라는 복병을 맞았다. LG와 롯데, 한화는 화학 시황 부진이라는 악재를 맞이했다. 2025년이 밝았지만 새해의 활력보다는 위기 극복에 대한 간절함이 더 드러나 보이는 배경이다. THE CFO는 10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 현주소를 조망하고 올해를 관통할 재무 이슈를 살펴봤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간판사업인 완성차부문에 실적 대부분을 기대고 있다. 그룹 전반의 성적을 좌우하는 변수이자 기둥이다. 수년 전 리콜비용 등으로 수익성이 급감, 그룹이 크게 출렁이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선 파죽지세로 나갔다. 4년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그룹 영업이익을 이끌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 '30조' 찍은 비금융부문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현대차그룹 비금융 계열사들의 영업이익은 총 24조원을 기록했다. 현대차 차량부문과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로템,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현대오토에버, 이노션, 현대케피코 등 12개 계열사의 실적을 단순 합산했으며 전부 연결 기준이다.

현대차그룹의 비금융부문은 크게 완성차와 자동차부품, 건설, 철강의 4대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또 기타 사업의 경우 현대글로비스가 물류, 현대로템이 방위와 철도, 이노션이 광고, 현대오토에버가 등을 담당한다. 이 가운데 완성차사업을 하는 현대·기아차 비중이 비금융부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다.

또 완성차사업을 중심으로 부품 계열사들 역시 매출의 많은 부분을 현대·기아차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비금융부문의 전반적인 실적 흐름은 완성차사업을 따라간다. 최근 들어 완성차사업 영업이익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커졌다. 작년 9월 말 기준 79%에 이른다.

비금융사들의 최근 5년간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2019년 9조4000억원에서 2020년 6조3000억원 남짓으로 대폭 줄면서 주춤했다. 당시 완성차사업에서만 2조원 가깝게 급감한 이유가 컸다. 현대차 차량부문과 기아차의 합산 영업이익이 이 기간 4조6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영향이 있었던 데다 현대차가 자체개발 엔진 '세타 2' 관련 리콜비용을 반영하면서 직격타를 입었다.


하지만 회복을 이끈 것 역시 완성차사업이다. 완성차사업 영업이익이 2021년 9조원대로 6조원 넘게 급등했다. 그 해 연간 현대차의 글로벌 도매 판매가 전년 대비 3.9%, 중국을 뺄 경우 7.1% 뛰었고 기아차는 글로벌 기준 6.5%, 중국을 제외하고 11.2%나 증가했다. 완성차 생산 차질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자 판매자 우위 시장이 만들어진 덕분이다.

이후로도 현대·기아차의 합산 영업이익은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졌다. 2022년 14조6000억원, 2023년엔 24조원으로 점프한다. 2023년의 경우 중국, 러시아에서 판매가 줄었지만 북미와 유럽에서 판매가 좋았다. 또 SUV처럼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차종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상위 트림이나 옵션을 채택하는 수요가 늘면서 ASP(평균판매단가)가 개선된 효과를 봤다.

지난해는 9월 말 기준 현대차 영업이익이 9조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7700억원(8%)가량 줄었지만 감소분을 기아차가 메웠다. 같은 기간 기아차 영업이익이 9조1400억원에서 9조9500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완성차 합산 영업이익은 4년 연속 상향 추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작년 9월 말 현대차 차량부문과 기아차의 합산 영업이익은 18조9608억원이다.

완성차사업의 약진에 따라 현대차그룹 비금융부문의 합산 영업이익은 2021년 16조2000억원, 2022년 21조5000억원으로 뛰더니 2023년 30조원을 넘겼다. 2020년 6조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년간 5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현대글로비스·로템 선전…아쉬운 현대제철

완성차부문 외 기타사업의 선전도 두드러진다. 2019년만 해도 기타사업 전체 영업이익이 800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3년 2조원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역시 9월 말 기준 1조852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740억원) 대비 18% 늘면서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로템의 성장 덕분이다.

현대글로비스는 2020년 팬데믹이 닥치자 자동차 생산공장이 멈추고 부품 수급난이 생기는 등 완성차 시장이 어려워진 탓에 실적이 크게 위축됐었다. 그러다 이듬해부터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덩달아 회복세로 돌아섰다. 연간 1조5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기타사업부문 대부분의 실적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로템의 경우 2018년부터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내는 등 그룹의 애물단지 신세였지만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2021년 이후 매년 영업이익이 늘면서 작년 9월 말엔 2950억원을 기록했다. 흑자 전환한 2020년 820억원 수준이었는데 그 3배가 넘는다.

문제는 현대제철이 담당하는 철강사업이다. 건설업 부진이 계속되면서 봉형강 판매량이 감소한 데다 값싼 중국산 철강재가 유입돼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2021년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을 웃돌았지만 지난해엔 9월 말 기준 2053억원에 그쳤다. 전년(1조274억원) 대비 80% 적은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생산이 해외로 옮겨가고 있고 건설 경기도 워낙 나빠서 당분간 사업환경이 크게 좋아지긴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현대제철은 매출 15% 정도를 계열과의 거래가 받쳐주기 때문에 일정 수요는 담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