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주주환원에 '진심'인 기업으로 꼽힌다. 과거에도 높은 배당성향을 보이며 자본시장에서 대표적인 배당주로 분류됐다.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작년에 이어 적극적인 주주환원 강화 기조를 보인다.
기아는 올해 반기에만 배당금으로 2조원 이상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또 앞으로 환원 추이를 한층 더 늘리는데 이를 '예측 가능하며 지속가능'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간 기아의 주주환원율은 자사주 소각 등을 고려했을 때 25%안팎이었다. 일단 이번 반기엔 50%에 육박했다. 4분기 공시를 예고한 또 한 번의 기업가치 제고안에 이목이 쏠린다.
◇설립 후 첫 2조 배당금 지급 역대급 전년 대비 56% 증가 기아는 올해 6월 말까지 별도 기준 약 2조1943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작년 같은 기간 약 1조4033억원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56%의 순증세다. 기아가 매년 반기말 기준 배당으로 2조원 이상을 지급한 건 창사 이래 처음이다.
기아가 배당금 지급 규모를 2조원으로 끌어올린 계기는 작년 4월 개최한 'CEO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 행사에서 밝힌 배당정책과 관련이 있다. 당시 큰 틀의 주주환원책을 내놓고 배당 기조도 함께 제시하며 '수익성 개선에 따라 배당금을 꾸준히 확대'한다는 방침을 거론했다. 구체적으론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20~35%의 배당성향도 명시했다.
올해 상반기말까지의 당기손익을 두고 살펴본 기아의 배당성향은 49.6%로 50%에 육박한다. 기아는 별도의 분기 및 중간 배당을 진행하지 않는다. 이번 상반기에 지급한 배당금이 사실상 연말 배당과 같을 가능성이 크단 뜻이다. 기아가 결론적으로 연말 배당성향에 30%에 육박할 지 여부는 하반기 당기손익 추이 그리고 자기주식 활용에 달려 있다.
2023년의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했지만 이것이 충분했느냐 측면에선 다소 괴리가 있었다. 당시 단행한 자사주(자기주식) 매입 등을 고려할 때 주주환원율은 30% 안팎이다. 하지만 주주에 실제 이익을 제공하는 '현금' 즉 배당성향으로 놓고 보면 10% 후반에 그친다.
◇배당이 끝 아니다… 현대차 이어 'TSR' 도입에 '현금환원' 명시 기아가 주주환원에 적극적이란 평가를 받는 건 올해 들어 배당금 규모를 대폭 늘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작년 1월 발표한 '중장기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시행안'을 통해서도 이 기조를 확인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 기아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해마다 최대 5000억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이겠단 내용을 적시했다.
기아는 자기주식을 사들인 물량 가운데 50%는 소각하고 나머지 절반은 사내 유보할 계획을 내놨다. 매입액은 2023년에 한해서만 5000억원이라 밝혔고 연도에 대해서는 비교적 유연한 선택을 했다. 그럼에도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측면이 눈길을 끈다. 향후 주주환원을 확대 기조로 가져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단 상반기까진 늘어난 매출액과 수익성에 합치하는 배당성향을 나타냈다. 작년엔 역대 최대 매출을 냈음에도 자사주를 제외한 배당성향만으로 보면 10% 안팎에 머물렀던 것과 확실한 대비를 이룬다. 적어도 작년에 직접 주주환원을 강화하겠다 밝힌 정책을 고수하려는 의지를 이번 배당금 지급 규모 변화에서 느낄 수 있다.
기아의 배당정책을 둔 또 하나의 변화는 배당 규모나 성향을 너머 총주주수익률(TSR)을 새로운 지표로 잡았단 점이다. 이는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의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현대차 역시 최근 진행한 IR 행사에서 새로운 지표로 TSR을 꺼내들었다. TSR 등 세부 수치는 올해 4분기엔 또 한 번의 기업가치 제고안을 통해 공시할 전망이다.
더불어 주주들에게 확실하게 이익을 환원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주주환원을 '현금환원'으로 명시한 것도 눈길을 끈다. 주주에게 현금을 얼마나 환원하는지를 지표화하겠다는 계획도 일련의 주주환원을 한층 명확하게 알리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기아의 일련의 변화는 그간 주주들이 추상적으로만 경험하던 '배당주'로서의 매력을 구체화하겠다는 전략에 기인한다. 이같은 변화에 대한 의지는 기아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안에도 담겼다. 기아는 보고서를 통해 "적극적인 성장 중심의 기업가치 제고를 달성할 것"이라며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주주환원 정책을 견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