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료 제조사 '조광페인트'가 자본 효율을 크게 개선했다. 관계사로부터 인식한 가외 수익이 평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덕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초 체력을 강화해 전체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그림으로 이어졌다.
다만 배당 증액 등 주주 정책 강화 여부는 미지수다. 영업 등을 통한 현금 유입은 눈에 띄게 늘었으나 최종 현금 흐름은 순유출 상태에 머무른 탓이다. 조광페인트는 계열 법인 등을 통해 개선한 현금 창출 역량을 부채 상환 작업에 대부분 배정했다. 앞서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메자닌이 발목을 잡았다.
조광페인트는 근래 효자 계열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영업을 통한 매출 확보는 다소 위축된 반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며 얻는 수익은 크게 불었다. 이러한 가외 수익이 받쳐주며 순익은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연결 당기순이익은 직전년도 대비 약 10배 급증한 96억원을 기록했다.
◇관계사 '조광요턴' 영업 호전, 배당수익 100억 인식 배경엔 당해년도 반영된 지분법 이익이 있다. 조광페인트는 동 기간 총 117억원을 지분법 이익으로 인식했다. 1년 새 3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관계 기업이 영업에서 약진한 덕에 보유 지분만큼의 순익이 조광페인트 연결 영업외 수익으로 반영됐다.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한 계열사는 '조광요턴'이다. 부산광역시에 소재한 보호 피막 페인트 및 부식 방지 재료 생산 업체다. 지난 1988년 노르웨이 요턴(JOTUN)사와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현재 조광요턴 지분 50%를 보유 중이나 재무제표상엔 자회사가 아닌 공동 기업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조광요턴 영업 실적은 조광페인트 연결 손익계산서에 지분법 손익으로 반영되고 있다.
최근 조광요턴의 약진은 조선업 회복 덕이다. 전세계적으로 탈탄소 움직임이 가속화되며 친환경 에너지 운반선 발주 증가 등 조선사가 직수혜를 누리고 있다. 해상 운임 지수 상승으로 해운·운송 기업의 수익성 확보 작업이 유리해진 점도 한몫했다. 조광요턴의 경우 선박용 도료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만큼 조선업이 활기를 되찾음에 따라 수익성이 가시적으로 개선됐다.
배당 여력도 늘었다. 조광페인트는 지난해 조광요턴으로부터 총 100억원을 배당금으로 수령했다. 직전년도 계열 법인으로부터 인식한 배당 수익이 5000만원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드라마틱한 변화다. 각각 중간 및 분기 배당으로 50억원을 지급받았다.
◇메자닌 190억 상환...주주 환원 여력 위축 다만 향후 조광페인트 주주 환원 확대 가능성 등은 불투명하다. 지난해 전체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외려 줄었기 때문이다. 당해 3분기 말 연결 유동비율은 100% 아래로 하락했다. 배당, 자기주식 매입 등 주주 정책을 전개하기 위해 현금 유동성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표면적으로만 보면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채무 상환이 상당분 이뤄진 영향이 컸다. 지난해 메자닌 채권자의 조기상환권(풋옵션) 청구가 집중된 탓이다. 1년 새 총 190억원 치의 전환·교환사채 조기 상환이 진행됐다. 조광페인트 주가가 사채 발행 당시 대비 낮게 머무르며 사채권자의 투자 동인이 떨어진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구체적으로 풋옵션이 청구된 1회차 교환사채와 2회차 전환사채는 각각 교환 및 전환가액이 최종 주당 1만1350원, 8223원으로 설정됐다. 반면 지난해 조광페인트 주가는 주당 5000~7000원대에 그쳤다.
계열사 약진으로 자본 효율은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3분기 말 조광페인트 연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6%까지 상승했다. 직전년도 말 대비 5%포인트 뛰어올랐다. 앞서 2021~2022년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며 ROE가 마이너스(-) 수치를 나타냈던 것과 상반된다. 당시 조광요턴이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적자 전환하며 조광페인트 자본 효율도 크게 훼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