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10대 그룹은 작년 각자의 위기를 맞았다. 삼성은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위기등이 켜졌고 SK는 배터리 사업의 정상화를 노렸지만 '캐즘'이라는 복병을 맞았다. LG와 롯데, 한화는 화학 시황 부진이라는 악재를 맞이했다. 2025년이 밝았지만 새해의 활력보다는 위기 극복에 대한 간절함이 더 드러나 보이는 배경이다. THE CFO는 10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 현주소를 조망하고 올해를 관통할 재무 이슈를 살펴봤다.
HD현대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HD현대오일뱅크는 커지는 재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설비투자와 배당금 지급으로 나갈 돈은 많지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순이익이 꺾였기 때문이다. 결국 차입이 늘어나면서 2024년 3분기 말 총차입금은 9조424억원을 기록했다.
다행인 점은 HD현대오일뱅크의 차입금 중 장기차입금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특성상 유가 변동성에 따라 현금창출력이 좌우되기 때문에 일찍이 만기구조 장기화를 택한 덕분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향후에도 장기차입금 위주로 조달해 차입 부담에 대응해 나갈 전망이다.
◇국제유가 하락에 좌우되는 '현금창출력' HD현대오일뱅크는 2023년 연결 기준 총차입금이 9조원을 넘겼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으로도 총차입금은 9조424억원을 기록했다. 차입 부담이 커진 건 벌어들이는 현금은 적은데 빠져나가는 돈이 많았기 때문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운영 자금을 충당하기 어려워 외부 조달이 이뤄졌다.
한 때 3조원 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를 창출했으나 현재는 우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들어 1조원으로 급감한 EBITDA는 2024년 3분기 말 기준 8070억원으로 줄었다.
정유업계 수익성을 좌우하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하락한 영향이다. 2022년 3분기 배럴당 96.9달러에 육박하던 국제유가는 2023년 3분기 86.7달러, 2024년 3분기 78.3달러로 하락했다. 결국 HD현대오일뱅크는 2024년 3분기 말 순손실 1839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이 꺾였지만 대규모 설비투자와 배당금 지급 등 현금 유출은 지속됐다. 중질유 분해 설비인 HPC 설비투자와 함께 HD현대오일뱅크가 꾸준히 그룹의 배당을 담당해 오면서 여유현금이 빠져나갔다.
2023년 HD현대오일뱅크는 자본적지출(CAPEX)로 8180억원, 배당금 지급으로는 6131억원을 소요했다. 그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1조1577억원에 그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순유출(-) 2734억원을 기록했다.
◇차입금 중 '장기차입금 비중' 46% 그럼에도 다행인 부분은 HD현대오일뱅크의 차입금 중 장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변동성이 큰 국제유가에 따라 현금창출력이 좌우되는 탓에 차입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달 전략을 짰다.
구체적으로 총차입금을 살펴보면 상환 만기가 1년 이상인 금액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단기적인 자금 압박 없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원활한 장기 투자를 유지하기 위해 1년 이상의 차입금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3년 HD현대오일뱅크 총차입금 9조230억원 중 장기차입금은 4조5930억원을 기록했다. 장기성 차입 비중은 50.9%에 달했다. 2024년 3분기 들어 단기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장기성 차입 비중이 45.97%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HD현대오일뱅크가 일찍이 장기차입금 위주로 자금을 확보해 온 만큼 만기를 분산해 상환 부담에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