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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대 그룹 재무 점검

SK하이닉스, 시작된 재무관리…AI 메모리 리더십 강화

[SK]②'HBM 붐' 타고 실적 대폭 개선, 순현금 구조로의 전환 시작

김현정 기자  2025-01-17 11:41:09

편집자주

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10대 그룹은 작년 각자의 위기를 맞았다. 삼성은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위기등이 켜졌고 SK는 배터리 사업의 정상화를 노렸지만 '캐즘'이라는 복병을 맞았다. LG와 롯데, 한화는 화학 시황 부진이라는 악재를 맞이했다. 2025년이 밝았지만 새해의 활력보다는 위기 극복에 대한 간절함이 더 드러나 보이는 배경이다. THE CFO는 10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 현주소를 조망하고 올해를 관통할 재무 이슈를 살펴봤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출발이 좋다. 지난해와 2018년 반도체 초호황기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초 엔비디아 블랙웰 발열 이슈 등으로 SK하이닉스의 고객 편중 리스크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역시 인공지능(AI) 시장 규모 확대와 기술 경쟁 우위에 힘입어 2025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물 들어오자 노 젓듯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재무건전성 관리에도 나선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3사 가운데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상대적 열위에 있어왔다. '순현금 구조로의 전환, 적정현금 확보'라는 재무적 목표로의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

◇2024년 3분기 누적 매출, 2018년 슈퍼사이클 연간 매출 이미 상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작년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은 46조426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16% 증가했다. 이는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시절 매출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SK하이닉스 호실적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주도했다. HBM 판매는 올해 3분기 기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했다. 과거 주력사업이었던 D램과 낸드플래시를 넘어 HBM에 집중했던 사업 전략이 이 같은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래 꾸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D램을 여러 층 쌓아 올려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HBM은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가속기에 필수적이다.

최근 SK하이닉스의 HBM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이 발열 등의 이슈로 주문 연기설이 제기되면서 HBM 공급사인 SK하이닉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고객 편중 리스크와 그에 따른 실적 의존도는 SK하이닉스의 고민거리긴 하다. 다만 이런 위험 요인보다 최근 AI 시장 규모 확대, 기술 경쟁 우위에 힘입어 SK하이닉스의 2025년 실적 또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무건전성 상대적 열위 늘 '지적'…순현금 구조로의 전환 시작

SK하이닉스 현재의 재무건전성은 어떨까. SK하이닉스는 항상 글로벌 메모리 3사 가운데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상대적 열위에 있었다. SK하이닉스가 올 들어 차입금 관리에 나섰지만 삼성전자 및 마이크론과 비교해 여전히 총차입금 및 순차입금 규모는 가장 크다.

가장 최근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87조원가량의 순현금 규모를 보였고 마이크론은 67억8200만달러 규모의 순차입금을 나타냈다. 한화로 9조811억원(2024년 8월29일 환율 1339원 적용) 정도로 상대적으로 높은 최근 환율인 1400원을 적용해도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상당히 많다. SK하이닉스는 순차입금 16조69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올해를 재무관리의 원년으로 삼기로 했다. 작년 11월 말 중장기 기업가치제고 정책을 발표하면서 '순현금 달성'과 '적정현금 확보'라는 구체적인 재무 건전성 목표를 제시했다. 최근 1~2년 연간기준 20조원대 순차입 구조에서 벗어나 순현금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다. 미래 성장 투자를 준비하기 위한 연간 투자 재원을 쌓기 위함이다.

이와 더불어 당분간 연간 투자 규모를 매출액 대비 평균 30%대 중반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설비투자 원칙(Capex Discipline)'도 발표했다. 최근 10년가량 SK하이닉스는 대부분 그 이상의 자본적지출을 단행했다. SK하이닉스가 당분간 현금을 사내로 유보해 AI 메모리 시장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대비를 시작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실적이 대폭 개선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차입금 규모를 크게 줄여나갔다. SK하이닉스의 총차입금은 2020년 말 12조8954억원에서 2021년 말 19조1496억원, 2022년 말 24조7917억원, 2023년 말 32조4985억원 등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총차입금을 24조5483억원으로 2022년 수준까지 줄였다. 순차입금 규모도 2023년 말 23조5776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13조6905억원으로 큰 폭 낮아졌다.

차입금을 줄이고 현금을 저장하면서 부채비율도 작년 대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SK하이닉스의 부채비율은 2023년 3분기 말 기준 84.8%에서 2024년 3분기 말 기준 65.9%로 줄었다.

설비투자도 이미 축소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CAPEX를 10조원 아래로 관리하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여기에 더해 매출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매출액 대비 자본적지출 비율은 20%대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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