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을 이어온 HD현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배당 수익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HD현대오일뱅크의 순이익이 적자 전환했기 때문이다. 대신 수주 확대가 이어지고 있는 HD한국조선해양이 10년 만에 배당을 재개할 것으로 기대돼 이를 활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힌 만큼 연간 배당성향 70% 이상을 유지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4137억→2360억' 감소한 HD현대오일뱅크 배당금 수익 HD현대그룹의 지주사인 HD현대는 HD현대오일뱅크,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사이
트솔루션,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순수지주사인 만큼 이들로부터 받는 배당수익이 주요 수입원이다.
이 가운데 최근 6년 동안 정기적으로 배당한 기업은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HD현대오일뱅크가 유일했다. 다음으로는 HD현대일렉트릭과 HD현대마린솔루션이 이름을 올렸다.
HD현대는 이를 바탕으로 별도 순이익 기준 평균 93.2%의 배당성향을 유지해 왔다. △2018년 99.4% △2019년 37.6% △2020년 115.5% △2021년 78.4% △2022년 154.6% △2023년 73.5% 등이다. HD현대는 지난해 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배당성향 70% 이상을 추진하겠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 계열사들의 안정적인 현금창출이 뒷받침돼야 한다.
문제는 지난해 HD현대의 별도 기준 순이익이 줄었다는 점이다. 2023년 3분기 말 4117억원을 기록했던 HD현대 순이익은 1년 만에 2716억원으로 34% 감소했다. 이에 따라 배당성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순이익 감소의 주된 원인은 HD현대의 주요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HD현대오일뱅크가 적자로 돌아선 영향이다. 2023년 기준 전체 배당 수익의 80% 이상을 담당하던 HD현대오일뱅크는 2024년 3분기 말 순손실 1839억원을 기록했다.
자연스럽게 HD현대오일뱅크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줄었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 4137억원을 받았지만 2024년 3분기 말 기준으로는 2360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HD현대 별도 기준 영업현금흐름도 HD현대오일뱅크에서 올라오는 배당이 줄면서 43% 감소했다.
◇'실적 호조' HD한국조선해양, 높아진 주주환원 기대감 따라서 HD현대가 배당성향을 유지하기 위해선 HD현대오일뱅크 외 다른 계열사로부터 배당금을 수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수주가 이어지며 업황이 살아난 조선업의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실적 부진으로 2014년부터 무배당 기조를 이어왔지만 2024년 사업연도부터 배당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HD한국조선해양의 순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23년 3분기 말 2334억원이던 순이익은 2024년 3분기 말 727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4년 말 주주환원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시에 2023년 5월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도 꾸준한 배당 수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6년 출범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상장 전인 2020년부터 매해 HD현대에 배당을 제공해 오고 있다. 2023년 3분기 말에는 558억원, 2024년 3분기 말에는 607억원을 각각 지급했다.
HD현대 자체의 수입원도 다양해지고 있다. 2022년까지만 해도 영업수익의 대부분이 계열사 배당금으로부터 나왔으나 2023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신사옥인 글로벌R&D센터를 준공해 임대 수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신규 CI 도입으로 2022년 67억원에 그쳤던 상표권수익이 2023년부터 3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각 사별로 실적 및 경영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당할 예정"이라며 "이를 고려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라 충분히 배당을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