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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모 그룹의 후계자는 전환사채 투자로 지배력을 계승해 화두에 올랐다. 이처럼 투자는 여러 목적을 가진다. 사업 협력, 자본 확충, 지배력 확대, 투자수익 등등. 특히 오너와 CEO, CFO 등 주요 경영진의 투자는 기업의 경영 또는 승계 등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산도 주식 뿐 아니라 가상자산, 메자닌, 부동산 등 다채롭다. 이들의 투자 목적과 재원, 성과와 손익 등을 들여다본다.
김재영 라이온하트 대표는 카카오게임즈에 지분 24.5%를 매각해 9700억원이 넘는 잭팟을 터뜨렸다. 그는 매각대금 중 3500억원을 출자 형태로 카카오게임즈에게 다시 태웠다. 이로 인해 카카오게임즈의 2대 주주, 개인투자자로는 최대주주가 됐다.
주당 6만5000원에 산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현재 1만60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두 회사 간의 협업 강화란 목적은 달성했으나 투자성과는 4분의 1토막이 났다. 현재 시가로는 1000억원도 못 건진 상황이다.
◇라이온하트 지분 팔아 카카오게임즈 유증 참여, 지분교환 '혈맹'과 유사 카카오게임즈의 작년 3분기 말 주주구성을 보면 최대주주는 지분 40.8%를 쥔 카카오다. 그 뒤를 잇는 2대 주주가 6.52%를 보유한 김재영 라이온하트 대표다. 카카오게임즈의 5% 이상 주주들은 앞의 둘이 전부다.
김 대표 이외에도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문태식 카카오VX 등 개인주주들이 있지만 대다수가 1% 미만 수준이다. 공시대상인 5% 이상 개인주주는 김 대표 뿐이다. 그는 2021년 11월 카카오게임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때 1740억원(225만7851주), 2022년 8월에 1771억원(312만8686주)을 투자해 카카오게임즈 지분을 취득했다.
이때 투입된 금액만 3500억원이 넘는다. 자금 원천은 카카오게임즈에 라이온하트 지분 24.54%를 팔아 손에 쥔 9700억원이다. 김재영 대표가 설립한 게임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2022년 선보인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흥행 대박을 낸 덕분이다.
당시 거래로 라이온하트 최대주주였던 김 대표의 지분은 59.21%에서 34.67%로 낮아졌다. 단일로는 여전히 1대 주주지만 카카오게임즈(24.57%)와 그 자회사인 유럽법인(Kakao Games Europe B.V.)의 합산 지분이 54.95%가 되면서 2대 주주가 됐다.
◇개발사-퍼블리셔 협업 강화, 주가 하락에 '평가손실' 상태 자금흐름 측면에서 카카오게임즈→유럽법인→라이온하트→카카오게임즈로 돈이 도는 모습은 순환출자와 유사하다. 다만 법인(라이온하트)이 아니라 개인(김재영 대표)이 투자한 것이기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김 대표는 사업 협력과 카카오게임즈의 성장성을 감안해 거액을 태웠다. 그가 가진 라이온하트 지분를 팔고 카카오게임즈 지분을 샀다는 점에서 지분 교환을 통한 혈맹과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카카오게임즈와 라이온하트는 단순히 지배회사-종속회사 개념이 아니다. 라이온하트가 게임을 개발하면 카카오게임즈가 유통과 마케팅 서비스를 전담한다. 디벨로퍼와 퍼블리셔의 관계다. 김재영 대표로서는 카카오게임즈 지분은 사업 협업은 물론 모회사의 성과를 공유하고 혹시 모를 모자회사 간 이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다.
사업적 목적은 달성했을지 몰라도 투자성과는 좋지 못했다. 카카오게임즈의 두 차례 유증 합산기준 주당 발행액은 6만5587원이다. 현재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1만6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4분의 1가량 토막이 난 상태다. 김 대표로선 3500억원을 투자해 1000억원도 못 건진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