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빚이 자본이 된 카카오게임즈, 단기차입금 '후폭풍'

외화대출→김재영 대표→유상증자로 4000억 확보, 손상차손 탓 거의 소진

원충희 기자  2025-01-20 13:30:25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카카오게임즈는 2022년 게임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인수 목적으로 유럽법인을 통해 4억5093만유로(당시 환율기준 6478억원)의 차입을 끌어왔다. 이후 지분 매각으로 거부가 된 라이온하트 기존 주주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자본을 늘리는 마술을 보여줬다. 덕분에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등 레버리지 지표가 적정선으로 관리될 수 있었다.

그로부터 3년여가 된 현재 이 마술이 점점 풀려가고 있다. 유로화 대출 만기가 도래하면서 연내 갚아야 할 빚이 급증했다. 연결기준 보유현금이 7000억원을 넘는 만큼 4000억원 가량의 유로화 차입금 상환을 감내한 여력은 있다. 다만 라이온하트 손상차손 등으로 애써 쌓아온 자본이 소진되면서 단기 레버리지 지표가 급격히 치솟았다.

◇라이온하트 인수에 쓴 차입금, 일부가 다시 자본으로 유입

카카오게임즈는 2022년 6월 네덜란드에 위치한 유럽법인(Kakao Games Europe B.V)에 1741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함께 7394억원대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이를 토대로 유럽법인은 한국계 은행 및 폭스방크(Volksbank) 등으로부터 4억5093만유로(약 6478억원)의 대출을 끌어왔다. 3년 반짜리 장기대출이다.

이 자금은 게임 개발사 라이온하트를 인수하는데 쓰였다. 라이온하트는 당시 히트게임이었던 '오딘'의 개발사로 한창 몸값이 비쌀 때였다. 1차 지분(21%) 매입에 4500억원, 2차 지분(30.37%) 매입에 7541억원 등 총 1조2041억원이 투입됐다. 유럽법인 유증분과 차입금 등이 여기에 쓰였다.

이 거래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김재영 대표와 김범 아트디렉터 등 라이온하트의 대주주이자 경영진이다. 이들은 지분을 카카오게임즈에 팔아 각각 9728억원, 450억원 가량을 받았다. 합쳐서 1조원 수준의 잭팟이다.


이들은 수령한 대금의 40%를 카카오게임즈에 투자했다. 2021년 11월, 2022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게임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각각 2000억원씩, 총 4000억원을 투입했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유럽법인)의 차입금이 라이온하트 경영진을 거쳐 다시 카카오게임즈 자본으로 유입되는 마술이다. 김재영 대표는 카카오게임즈 지분 6.52%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덕분에 카카오게임즈는 대거 차입금을 끌어오고도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등 레버리지 지표가 악화되는 것을 최대한 방어할 수 있었다. 2022년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92.3%를 기록해 100% 밑으로, 차입금의존도는 32.7%로 제한하는데 성공했다.

◇유로화 대출 6월 만기 도래, 손상차손으로 자본 4000억 소진

이때 빌렸던 유로화 대출의 만기가 오는 6월 26일 종료된다. 때문에 카카오게임즈의 작년 3분기 말 단기차입금의존도는 23.3%로 전년 동기(12.6%)대비 10%포인트 가량 치솟았다. 장기대출의 잔존만기가 1년 미만이 되면서 단기차입금으로 변했다.

현재 대출잔액은 2억7000만유로(약4000억원)로 3년여 전보다 줄었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난해 9월 유럽법인에 유증 형태로 지원해준 2879억원으로 유로화 대출 일부를 갚아서다. 덕분에 2023년 113.5%였던 부채비율은 작년 3분기 말 106.2%로, 차입금의존도는 37.3%에서 32.1%로 소폭 개선됐다.


커버리지 수치를 보면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3분기 말 경영실적 부진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47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1109억원) 대비 반토막 났다. 여윳돈인 잉여현금흐름도 821억원에서 324억원으로 줄었다. 다만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이 7361억원이라 유로화 대출 상환여력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라이온하트를 인수했던 2022년 말 2조149억원이었던 자기자본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조6357억원으로 감소했다는 점이다. 라이온하트 경영진이 유증에 참여해 납입했던 4000억원의 대부분이 사라졌다.

이는 카카오게임즈가 2023년 총 1843억원 규모의 영업권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한 탓이다. 그 중에서 1429억원이 라이온하트에서 발생했다. 오딘 이후로 히트작이 부재하면서 카카오게임즈가 인수에 치른 돈 가운데 회수가능액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