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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대 그룹 재무 점검

리밸런싱 탄력에 두둑해진 곳간…‘체력이 경쟁력’

[SK]작년 연말 재무개선 성과 가시화…올해, '신성장동력'으로의 자산이동 '본격'

김현정 기자  2025-01-14 15:10:47

편집자주

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10대 그룹은 작년 각자의 위기를 맞았다. 삼성은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위기등이 켜졌고 SK는 배터리 사업의 정상화를 노렸지만 '캐즘'이라는 복병을 맞았다. LG와 롯데, 한화는 화학 시황 부진이라는 악재를 맞이했다. 2025년이 밝았지만 새해의 활력보다는 위기 극복에 대한 간절함이 더 드러나 보이는 배경이다. THE CFO는 10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 현주소를 조망하고 올해를 관통할 재무 이슈를 살펴봤다.
SK㈜가 2025년 지주사 본연의 역할 강화에 나선다. 기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사업재편) 작업에 속도를 내는 한편 축소한 부분은 신성장 동력으로 채운다.

체력은 비축됐다. 작년 초 시작됐던 SK의 리밸런싱 작업이 근래 탄력을 받기 시작한 덕분이다.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풍부한 현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SK 재무구조가 가파르게 개선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확보된 유동성은 AI(인공지능) 밸류체인 등 성장동력 발굴에 쓰인다. 2025년엔 SK그룹의 방향성이 엿보이는 '자산의 시프트(shift·이동)'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2024년 연말께 큰 폭의 재무개선 추정…성장 체력 확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누적 SK의 별도기준 순차입금은 10조7910억원 정도였다. 일 년 전(11조236억원)과 비교해 2.4% 감소에 그쳤다. SK그룹은 재무건전성 지표로 순차입금을 관리한다.

현금성자산이 2023년 이후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규모 자체가 그리 크지 않다. 순차입금에서 큰 개선을 보이지 못한 건 결국 총차입 규모가 그리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작년 들어 SK는 차입금 관리에 나섰지만 2023년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을 이어갔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11조16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다.

다만 전체 연간 기준으로 봤을 땐 큰 폭의 개선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SK는 작년 초 이래 사업 리밸런싱 작업을 지속 추진했는데 연말 그 성과가 본격화했다. 가장 큰 부분은 작년 12월 마무리된 SK스페셜티 지분 85% 매각이다. 무려 2조7000억원 규모의 현금이 흘러들어왔다. SK스페셜티는 SK가 지분율 100%를 보유하던 자회사였다.

만일 SK가 해당 자금을 현금성자산으로 갖고 있거나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썼다면 순차입금 규모는 8조원가량으로 줄어든다. 이런 가정이라면 일 년 전 대비 27% 감소하는 것이다. 큰 폭의 재무 개선이다.


연결 기준으로는 더 많다. 지난해 11월엔 베트남 식음료·유통기업 마산그룹 지분 5.05%를 약 2억달러(약 2950억원)에 매각했다. 올 들어선 이달 12일 베트남 최대 그룹인 빈그룹 지분 1.33%의 매각을 발표했다. 기존 6.05% 중 일부를 팔아치웠다. 1200억원가량의 자금이 SK그룹에 흘러들어올 것으로 추산된다.

SK는 동남아투자법인 ‘SK South East Asia Investment Pte. Ltd.’를 통해 마산그룹, 빈그룹 등 베트남 대형기업들에 투자했다. 동남아투자법인은 지주사인 SK㈜를 비롯해 SK E&S·SK하이닉스·SK텔레콤·SK이노베이션 등 5개사가 20%씩 출자한 곳이다. 최근 1~2개월 사이 베트남에서 4000억원 넘는 자금이 SK그룹 내로, SK로만 좁혀본다면 800억원이 직접적으로 유입됐다는 뜻이다.

◇2025년 ‘불필요 사업’→‘신성장 동력’으로…자산 시프트 본격

SK는 2021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크게 쪼그라든 이후 차입 규모를 크게 가져가고 있다. SK는 주로 IT서비스 및 상표권 수수료, 배당금, 임대 사업을 통해 영업수익을 내고 있다. 자회사가 특별히 호실적을 냈거나 특별배당을 실시할 경우 SK의 실적은 크게 좋아지곤 한다. 2021과 2022년의 경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각각 3368억원, 4480억원에 불과했다. 보통 1조3000억원 수준의 영업현금흐름이 들어오는데 당시 크게 줄었다. 현금흐름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이었던 만큼 차입금을 공격적으로 늘린 정황이 엿보인다.

지난 일 년 간 차입금은 관리해야 하고 그룹 차원에서 단행해야 하는 투자 재원은 확보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SK는 사업 리밸런싱을 택했다. 거대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단번에 유입되는 만큼 유동성 확보에 효과적이다.


SK는 올해 지주사로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실행 가속화 △자회사 운영 효율화(O/I) 성과 창출 지원 △그룹 차원 미래 성장사업 발굴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키로 했다.

리밸런싱으로 확보한 재원을 어디에 투자할지도 관건이다. SK가 정한 ‘불필요한 사업’에서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산의 시프트(이동)가 일어나는 과정 속에서 기업가치 제고가 수반돼야 한다. 2024년이 SK그룹 미래를 위한 체력을 확보하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성장에 한발짝 나아가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작년의 경우 리밸런싱 방향을 정한 상태에서 연중 진행을 했었고 올해는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는 해가 될 것 같다”며 “성장을 뒷받침하는 재무부문이나 신성장동력 투자를 발굴하는 포트폴리오 부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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