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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 이사회 중심 경영을 묻다

SK의 궁극적 이사회 경영 '3.0', 어떤 모습일까

⑧사외이사가 관리 감독자에서 가치 창출 동반자로…"2.0에서 3.0으로 나아가는 단계"

박기수 기자  2024-12-03 13:16:54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경영 주체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은 오늘날 한국 재계에 끊임없이 던져지는 주제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그리고 기업 외 인물들을 뜻하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기업 의사결정의 최고 결정자여야 한다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재계 대다수의 공감대다. 다만 1인 혹은 소수 중심의 재벌 기업집단 문화에 오랫동안 절여진 한국 재계에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는 여전히 막연한 '뜬구름'에 가깝다. THE CFO는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 기업집단이면서도 이사회 중심 경영을 지향하고 있는 SK의 이사회 경영과 거버넌스 시스템을 살펴보고 그들의 고민과 해결방안을 들어 봤다.
지난달 7일 SK그룹은 '이사회 2.0'을 주제로 'SK 디렉터스 서밋 (Directors' Summit) 2024'를 개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 SUPEX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과 SK그룹 13개 멤버사 사외이사 50여 명이 참석한 사외이사 행사다.

SK그룹은 2022년부터 올해로 3년 째 사외이사 중심의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디렉터스 서밋은 SK그룹의 경영전략회의와 이천 포럼, CEO세미나와 더불어 주요 전략 회의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2027년 전후 AI 시장 대확장이 도래했을 때 사업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이사회는 안건 의사 결정 중심 역할에서 사전 전략 방향 설정과 사후 성과 평가 등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이사회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최창원 의장도 "이사회 2.0을 넘어 궁극적으로 이사회 3.0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했다.

SK그룹 이사회 중심 경영에 낯선 사람들은 얼핏 들으면 이해되지 않는 단어들이 속출한다. 이사회는 이사회인데 '2.0'은 무엇일까. 2.0이 있다면 '1.0'도 있었을 텐데 이는 어떤 개념일 지, 3.0도 있을 지 등이 관심사가 될 수 있다. 또 각 숫자들이 내포하는 의미는 무엇일 지도 의문점이다.

1.0, 2.0, 3.0은 SK그룹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이사회의 역할 진화 로드맵(Roadmap)에서의 각 단계 별 분류라고 생각하면 쉽다. 현재 SK그룹은 이사회 2.0을 안착시키면서 이사회 3.0을 준비하는 단계로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채희석 SK SUPEX추구협의회 Governance지원담당은 이사회 1.0은 이사회의 기능 회복(Function Recovery)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 1.0 단계에서 시행됐다. 예를 들어 SUPEX추구협의회 소속 상장사들의 이사회 의장을 모두 사외이사들이 맡는 등 환경 조성 단계가 이사회 1.0에서 이뤄졌다.

현재 SK그룹이 속해 있는 이사회 2.0은 'Check & Balance' 단계다. 이사회가 경영진의 의사 결정을 크로스 체크하고 경영 활동에 대한 감독 역할을 강화하는 단계다. 다음은 채 담당과의 일문일답.


채 담당의 언급에 따르면 이사회가 진화할 수록 사외이사의 역할과 역량이 중요해진다. 이사회 3.0 단계의 컨셉은 '가치 창출(Value Creation)'이다. 이사회 3.0에서는 경영진의 견제와 균형 역할이 안착했다는 가정 하에 사외이사들의 통찰과 전문성을 보다 폭넓게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2.0 단계에서 3.0으로 진화하면 사외이사는 경영진 관리 감독과 더불어 기업의 위험 관리 매니저 역할을 유지한 채 경영 동반자(Management Partner)의 개념으로 진화하는 셈이다.

끝으로 채 담당은 K-이사회의 또 다른 핵심 소양으로 '주주 소통'을 들었다. 올해를 돌아보면 합병과 분할, 유상증자 등 오너 기업집단의 행위가 자본시장 내에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일종의 논란도 있었다.

이에 대해 채 담당은 경영진의 경영 전략을 지지하는 우호적인 장기 투자자를 확보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이사회 중심 경영이 중요 수단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 담당은 "해외에서도 사외이사를 비롯한 이사회 핵심 기능으로 주주 소통을 들고 있다"라면서 "경영진과 독립돼 있는 사외이사에 의해 이뤄지는 주주 소통은 진정성과 깊이에 있어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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