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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대 그룹 재무 점검

순현금 87조 삼성전자, 해소되지 않는 불확실성

[삼성]올해 주주 환원으로만 최소 17조…AI 반도체 시장 분위기 전환이 관건

박기수 기자  2025-01-09 14:49:33

편집자주

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10대 그룹은 작년 각자의 위기를 맞았다. 삼성은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위기등이 켜졌고 SK는 배터리 사업의 정상화를 노렸지만 '캐즘'이라는 복병을 맞았다. LG와 롯데, 한화는 화학 시황 부진이라는 악재를 맞이했다. 2025년이 밝았지만 새해의 활력보다는 위기 극복에 대한 간절함이 더 드러나 보이는 배경이다. THE CFO는 10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 현주소를 조망하고 올해를 관통할 재무 이슈를 살펴봤다.
2023년의 악몽은 잊혀 간다. 다만 여전히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은 존재한다. 수십조원의 현금만 쥔 채 AI와 반도체 시장에서의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이렇다 할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불확실성이다. 작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고전과 더불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성과가 기대 대비 부진하면서 시장의 의구심은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2025년을 시작하는 삼성전자의 재무 상황은 지난 2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도 연간 50조원의 자본적지출(CAPEX)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주 환원에 대한 부담은 이어진다. 이를 위해 자회사 현금을 끌어다 쓸 것으로 예측된다. 더구나 작년 말 1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 결정으로 주주 환원에 대한 부담은 전보다 더 늘어났다.

◇주주 환원 위한 자회사→본사 배당 지속할 듯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누적 삼성전자의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5조826억원, 26조2333억원이다. 여기에 8일 삼성전자가 밝힌 작년 4분기 잠정실적을 단순 합산하면 작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00조원, 32조7333억원이다.

2023년 대비 영업이익이 약 5배 늘어났지만 현금 상황은 생각보다 여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 내다본 작년 삼성전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약 63조원이다. 여기에 연간 CAPEX 55조원을 제외하면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FCF)은 약 8조5000억원 가량 나올 것으로 보인다.


별도 기준은 어떨까. 별도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10조원 자기주식을 매입하고 약 9조8000억원의 배당을 지급하는 곳이 삼성전자 '본사'이기 때문이다. 3분기 누적 기준 삼성전자의 별도 FCF는 13조2696억원이었다. 다만 작년 연간 누적 기준 FCF는 이보다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 4분기 CAPEX 집행 분을 고려했을 때 영업이익 시현이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다. 실제 연결 FCF의 경우에도 작년 3분기(12조9625억원) 대비 연간 증권가 예상 FCF가 약 30% 줄었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18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약 3조원의 자기주식을 매입하고, 올해 중 나머지 7조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할 전망이다. 또 연 초에 주주들에게 9조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보장했다. 올해 주주 환원으로만 유출될 현금이 '적어도' 17조원이다. FCF를 고려하면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부진을 겪었던 2023년 자회사로부터 29조4978억원의 배당금을 끌어올렸던 적이 있다. 작년에도 3분기 누적 자회사로부터 9조4171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는 주주 환원에 요긴하게 쓰였다.

배당 출처 자회사는 △Samsung Asia Pte. Ltd.(SAPL) △Samsung Electronics Vietnam THAINGUYEN Co., Ltd.(SEVT) △Samsung (CHINA) Investment Co., Ltd.(SCIC) △Samsung India Electronics Private Ltd.(SIEL) △Shanghai Samsung Semiconductor Co., Ltd.(SSS) 등 중국·아시아 지역의 해외 자회사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자회사들은 사업 기간동안 대규모 순이익을 창출했지만 자본 확충은 그만큼 이뤄지지 않은 곳들이다.

이렇게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주주 환원'을 하고 나면 사실상 삼성전자가 작년 한 해 농사로 벌어들인 현금이 대거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연결 기준으로 보면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일부 감소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연결 현금성자산은 103조7765억원, 순현금은 86조8447억원이다. 별도 기준은 현금성자산 16조6462억원, 순차입금 16조476억원이다.

◇경쟁력 확보 실패하면 재무 '쳇바퀴' 가능성도

관건은 올해 성과다. 반도체와 모바일 등 핵심 사업군에서 작년과 다른 모습으로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CAPEX와 주주 환원 부담을 이겨내고 M&A 등 성장 동력 마련에 무리가 없을 수준의 영업활동현금흐름 확보가 이뤄지는 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다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성증권은 9일 리포트를 통해 "수요는 부진한 상황으로 PC, 모바일, 가전, 전장까지 모두 부진함을 감내해야 한다"면서 "올해를 낙관적으로 보는 경쟁사들도 전무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이 내다본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8조8580억원으로 2021년(65조1050억원), 2022년(62조181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CAPEX의 경우 작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측된다. 작년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삼성전자는 작년 연간 반도체 CAPEX가 약 47조9000억원이고,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와 시장 지배력 확보가 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의 재무 상황은 현 수준에서 쳇바퀴처럼 돌 가능성이 있다. 수십조원의 현금을 쥔 채 시장 지배력은 줄어든 채로 주주 환원에만 돈을 쏟는 루트가 반복될 여지가 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분위기 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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