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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의장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대표한다. 어떤 인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는지가 이사회 독립성 척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기업들이 선임한 이사회 의장 면면은 다양하다.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곳이 있는가 하면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곳도 있다. 기업들은 이사회 의장을 어떻게 선임하고 그 의장은 이사회를 어떻게 이끌고 있을까. 더벨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 이사회 의장 면면을 분석, 재계의 트렌드와 각 기업의 이사회 특징을 조명해본다.
지난 9월 말 시가총액 16조원의 카카오는 작년부터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를 기용하기 시작했다. 오랜기간 최대주주가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했던 점을 감안하면 거버넌스가 개선됐다고도 볼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사후약방문 식의 작업이라는 혹평도 나온다. 주요 경영진들이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돼 있는 점을 의식한 자구책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첫 사외이사 의장 선임…시장선 '타의' 의심 카카오는 지난해 3월 윤석 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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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가 주목한 건 윤 의장의 전문성이다. 카카오는 사업보고서 등에서 '윤석 사외이사는 재무 및 금융 분야에서 다양한 보직을 거친 검증된 회계 전문가'라고 평가하며 '재무 및 리스크 관리 강화에 다양한 조언을 제시했고 이사회 다양성을 높여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영 활동에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은 오랜기간 사내이사가 맡아왔다. 카카오 최대주주인 김범수 카카오 CA협의체 공동의장이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의장직을 맡았다. 김 전 의장이 2022년 의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있던 김성수 당시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성수 전 의장은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입지적 위치를 일군 인물로 김범수 전 카카오 의장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의장은 카카오 사내이사 중 한 명으로 이사회에 진출해 의장에 선임됐지만 이사회 선임 이후 1년 만에 의장직을 내려놨다. 올 초에는 카카오엔터 대표직도 내려놓았으며 여전히 고문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후 윤석 사외이사가 의장에 선임됐는데 시장에서는 회사 안팎의 잡음을 소거하기 위한 거버넌스 자구책으로 풀이한다. 지난해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 당시 주식 대량 매집을 통한 시세조종 시도를 의심했고 그 주체가 카카오와 그 계열사로 밝혀지면서 김범수·김성수 두 의장을 포함한 경영진 상당수가 기소된 바 있다.
◇카카오 이사회, 거버넌스·내부 프로세스 개편 논의 활발 이런 상황에서 윤 의장이 이끄는 카카오 이사회가 거버넌스 개편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일견 자연스러운 행보다. 지난 4월 8차 이사회에 기업지배구조헌장 개정 안건이 처음 상정됐는데 당시 이사 전원이 보완 의견을 내면서 한 달 뒤 11차 이사회에 해당 안건이 재상정됐고 여기에서 만장일치로 결의가 이뤄졌다.
개정된 헌장의 골자는 사외이사 겸직 제한을 구체화한 것이다. 기업지배구조헌장 제6조 에는 '사외이사는 충실한 직무수행을 위해 카카오 외 2개 이상 다른 회사의 이사, 집행위원, 감사로 겸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개정 전 '충실한 직무수행을 위해 과도한 겸직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조항을 구체화한 것이다.
현행법상 사외이사로 일할 수 있는 법인은 최대 두 곳이다. 카카오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등기이사가 아닌 미등기이사 겸직도 제한함으로써 사외이사의 직무 충실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현직 임원이 타 법인 이사를 겸직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독립성 제고를 위해 사전에 우려를 차단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미국 회계법인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윤 의장은 사외이사 최초 선임 당시부터 감사위원회에 소속돼 있는데 지난해 2월 감사위원회는 카카오 투자활동에 대한 내부 프로세스 고도화하는 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현재 카카오와 그 계열사를 대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주가조작 사건 여파에 따른 조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코스피 시총 상위 100곳 기업 명단에는 카카오 그룹 주력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도 포함됐다. 카카오뱅크는 코스피 시장 상장 시점인 2021년 김주원 카카오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시켜 이사회 의장을 맡겼다가 이듬해부터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사회 의장은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이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