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ODM(제조사 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가 중국에 '미(美)의 전당'을 만든다. 오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총 1300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기존 사옥에 생산시설을 통합해 중국 현지를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통상 기업들이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염두에 두고 투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맥스의 결정은 다소 의아하다. 최근 화장품업계의 트렌드는 탈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일본, 동남아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장품업계가 중국 시장에서 점차 발을 빼고 있는 건 예상보다 중국 내수 소비 침체가 길어지고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중국 자체 브랜드 경쟁력이 높아졌고 젊은층 중심으로 애국 소비 현상(궈차오)이 뚜렷해지면서 국내 브랜드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이에 따라 일찍이 중국에 진출했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비롯한 국내 1세대 브랜드는 중국 오프라인 매장 철수를 결정하는 등 발을 빼고 있다. 코스맥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수 부진에 중국 법인 코스맥스차이나는 올해 3분기 역성장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코스맥스가 중국을 놓을 수 없는 건 ODM 기업이라는 점에 있다. 코스맥스는 반도체업계의 TSMC처럼 화장품업계에서 고객사를 위한 제품 기획부터 개발·생산까지 담당한다. 전체 매출의 90%가 ODM으로부터 나와 고객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코스맥스 입장에서 중국은 꾸준히 고객사를 발굴할 수 있는 시장인 셈이다. 특히 중국 진출 초기부터 중국의 역할을 생산공장으로 한정 짓지 않고 초대형 소비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이후 상하이와 광저우에 현지 법인을 짓고 수많은 중국 브랜드를 고객사로 뒀다.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 역시 중국 인디 브랜드들의 고성장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다. 코스맥스를 비롯한 국내 ODM사들이 K-인디 브랜드의 개발과 생산을 맡아왔던 것처럼 K-뷰티를 넘어 더 많은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판단이다.
중국은 주요 도시를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색조화장을 하지 않는 인구가 많은 시장으로 꼽힌다. 새롭게 등장하는 현지 브랜드도 무궁무진하다. K-뷰티의 동반자 역할을 했던 코스맥스가 C-뷰티 시장에서도 더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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