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글로벌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선도기업 코스맥스가 인디브랜드 호황으로 실적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사회 평가에서는 다소 열위한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사회 구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항목이 상당수 도출됐다. 종합적으로 회사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이사회 다수가 사내이사로 구성돼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사외이사 1명으로 독립성 부족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코스맥스는 255점 만점에 127점을 받았다.
코스맥스는 6개 공통지표 중 △구성과 △견제 항목에서 1점대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우선 '이사회 구성' 항목은 45점 만점에 12점, 평점은 5점 만점에 1.3점을 얻었다. 코스맥스의 경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통일해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사회 규모도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1명 총 4명으로 규모가 작았다. 전체 이사회 인원 중 사외이사 비중이 25%에 그치며 독립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코스맥스는 이사회 내 2개의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사내이사 3인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와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1인으로 구성된 ESG위원회다, 코스맥스는 별도기준 자산규모 2조원 미만으로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 대상 기업이 아니다. 경영위원회와 ESG위원회 위원장 모두 사내이사인 최경 대표이사이사 겸직하고 있다.
견제기능 항목도 45점 만점에 16점, 평점은 1.8점에 그쳤다. 코스맥스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부재한 만큼 외부 또는 주주로부터 이사 추천을 받지 않는다. 이사진이 어떻게 선임되는지 투명하게 알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외이사가 단 1명에 그치는 만큼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으로 진행되는 회의도 전무했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도 미비했다. 승계정책에서는 대표이사의 자질과 요건을 정의된다. 이는 대표이사 후보군을 선정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해 경영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금호석유화학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정관 제28조에 대표이사의 유고로 직무를 행할 수 없을 때에는 이사회에서 정한 순으로 그 직무를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직무대행규정 외에 승계정책 수립·운영 주체, 후보 선정, 관리, 교육 등 승계 정책의 주요 내용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았다.
◇이사회 출석률 100%, ROE·TSR 평균치 대비 높아 전체적으로 이사회 평가가 부진했지만 ‘참여도’ 만큼은 선방했다. 참여도 항목은 40점 만점에 28점, 평점은 5점 만점에 3.5점을 얻었다. 6개 평가항목 중 가장 점수가 높은 섹터로 기록됐다.
지난해 코스맥스 이사회는 회 열렸다. ESG위원회 회의는 1회, 경영위원회도 10회나 개최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사내이사·사외이사 구성원들의 이사회 출석률이 100%에 달할 만큼 성실하게 활동했다.
추가로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7일 이상 기간을 두고 안건(의안)을 고지해 이사회가 사전에 안건에 대해 충분히 심사숙고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코스맥스는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연간 4회 이상 교육을 진행하는 등 전문성을 제고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영성과 지표도 3점대에 안착했다. 엔데믹 이후 OEM·ODM 사업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성장률이 최고점인 5점을 획득했다. 중국 의존도가 큰 화장품 기업과는 다르게 코스맥스는 태국 등 동남아시아 현지 로컬 인디브랜드들의 수주가 늘면서 실적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평균치 대비 20% 이상 아웃퍼폼해 5점을 받았다. 이는 경영자가 기업에 투자된 자본을 사용하여 이익을 어느 정도 올리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 주가수익률과 총주주수익률(TSR) 역시 5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