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자산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순자산가치보다 웃돈을 얹어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권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추세다. 또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손상검사는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영업권 현황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분석해본다.
화장품 ODM 업체 코스맥스가 미국법인의 적자 누적에도 불구하고 영업권 손상차손을 인식하지 않았다. 뉴저지와 오하이오에 나뉘어져 있던 공장을 통합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올해 현금창출능력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2022년 말 기준 자산총계가 1조3965억원이다. 전년 말 1조4119억원 대비 155억원(1.10%)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권이 포함된 무형자산 규모는 503억원에서 496억원으로 7억원 감소했다.
코스맥스는 영업권이 2017년 미국 색조화장품 제조사 누월드를 인수한 이후 급격하게 불어났다. 2013년 미국 오하이오 로레알 솔론 공장(코스맥스USA) 인수를 계기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17년 특수목적법인 코스맥스WEST를 설립하고 누월드를 약 5000만달러(당시 한화 558억원)에 인수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했다.
누월드 인수 전까지만 해도 코스맥스가 인식한 영업권은 7억원 수준이었지만 2017년 말 831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권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피인수 기업의 영업 네트워크와 경영 노하우 등을 인정해 실제 가치에 웃돈을 지급하는 프리미엄이다. 당시 누월드의 순자산가액이 마이너스(-) 26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코스맥스는 누월드의 미래 현금창출 능력을 크게 본 셈이다.
누월드는 기대와 달리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순손실 규모는 2018년 55억원, 2019년 118억원, 2020년 374억원, 2021년 459억원, 2022년 355억원으로 각각 불어났다.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에 진출했지만 오히려 현지 법인이 재무상태에 악영향을 미쳤다.
코스맥스는 누월드의 현금창출력이 떨어지자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해 영업권 규모를 줄여왔다. 영업권은 현금 회수가능액이 낮아질 경우 손상차손으로 인식한다. 이 때 손상된 영업권 규모만큼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을 잠식한다.
지금까지 코스맥스가 인식한 누월드 영업권 손상액은 인수 금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2019년 446억원, 2020년 159억원 등 총 605억원을 손상 처리했다. 누월드 영업권은 2019년 891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2년 만에 300억원으로 감소했다.
코스맥스는 누월드가 지난해 3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이번만큼은 손상차손을 인식하지 않았다. 영업권은 환율변동 등 영향으로 오히려 321억원으로 불어났다.
미국사업 경영 효율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올해 실적 회복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맥스는 올 1분기 중 오하이오에 위치한 코스맥스USA 공장을 뉴저지에 있는 누월드 공장에 통합시켰다. 부실사업을 정리하고 고정 비용을 줄여 손익분기점이 낮아진 만큼 준수한 현금창출능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올 1분기까지 경영 효율화 작업을 수행했다"며 "올해는 미국시장에서 전략품목 육성, 고객사 다변화 등을 통해 손실폭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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