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 기업 이사회의 개편 의무가 주어지는 기준은 연도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총자산 2조원 이상이다. 해마다 성장하는 회사라면 언젠가는 이 기준에 도달,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하고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한다.
다만 그 와중에 기업분할로 자산의 변동이 생길 경우가 있다. 클라우드 사업부를 분사한 NHN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분할시킨 SK디앤디가 대표적이다. 자산 2조원이 되기 전 분할했던 NHN은 이사회에 변화가 없는 반면 2조원이 된 후 분할한 SK디앤디는 이사회 규모가 줄면서 사외이사 우위로 구조로 바뀌었다.
◇SK디앤디 이사 2명 SK이터닉스로 이동 SK그룹의 부동산 개발사 SK디앤디의 올 9월 말 별도기준 총자산은 1조5708억원으로 전년 말(2조1446억원)대비 26.7% 감소했다. 지난 3월 1일을 기점으로 SK디앤디를 분할하면서 덩치가 줄었다. SK디앤디는 인적분할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업을 전문으로 영위하는 법인체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이종산업 혼재로 인한 밸류 절하 문제를 해소한다는 목적이다.
신설된 SK이터닉스는 분할 전인 작년 6월 말 기준 유동자산 1조4000억원 가운데 3333억원을, 비유동자산 8216억원 중에서 2551억원을 가져갔다. 총자산에서 5884억원이 빠져나감에 따라 SK디앤디의 외형은 분할 전 기준으로 2조2216억원에서 1조6332억원으로 줄었다.
상장사인 SK디앤디는 지난해 말 별도자산 2조원을 넘으면서 상법에 따라 이사회 의무가 추가됐다. SK디앤디의 이사회 구성을 보면 사내이사 1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 구도를 이어왔다. 2022년부터 사외이사를 이사회 과반으로 두고 사추위와 감사위를 이사회 내에 설치해 뒀다. 그해 말 SK디앤디의 별도자산이 1조9403억원이었던 만큼 선제적으로 준비를 했다.
분할로 인해 SK디앤디 이사회에도 변화가 생겼다. 작년 말 8명(사외이사 4명)이었던 이사 수는 올 6월 말 기준 5명, 사외이사는 3명으로 줄었다. 기타비상무이사 남기중 SK디스커버리 재무실장과 사외이사인 이길호 대주회계법인 회계사가 중도 사임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SK이터닉스로 자리를 옮겼다.
SK이터닉스 분할로 인해 SK디앤디의 별도기준 자산 역시 2조원 미만으로 줄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에도 2조원 미만이 유력하다. 그럴 경우 상법상 이사회 의무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사회 개편, 분할방식과 시기 차이로 달라져 다만 SK디앤디가 현 이사회 구조를 개편할 가능성은 적다. 이미 선임된 사외이사 임기가 남아있고 감사위와 사추위를 계속 운영해온 만큼 현상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향후 다시 2조원이 될 때 개편하는 것보다 미리 갖춰놓고 있는 게 대외적 이미지에도 도움이 된다.
이 같은 행보는 기업분할로 자산의 변동이 있던 NHN과 다른 결을 이룬다. NHN은 2022년에는 클라우드 사업을 분사시키면서 1조9069억원이었던 별도기준 총자산이 1조8138억원으로 줄었다. 신설법인 NHN클라우드에 영업자산과 현금성자산이 넘기면서 규모가 축소됐다. 덕분에 상법상 이사회 의무 추가를 적용받지 않았다.
두 회사의 차이점은 첫 번째가 분할방식이다. SK디앤디는 인적분할, NHN은 물적분할이다. 상장사가 인적분할을 할 경우 신설법인은 자동적으로 상장사가 된다. 법규상 상장기업은 사외이사를 이사회 구성 중 4분의 1로 둬야 한다.
때문에 SK이터닉스는 SK디앤디로부터 사외이사 한명을 데려오는 형태로 요건을 충족했다. 반면 물적분할은 신설법인이 존속법인의 자회사가 된다. 비상장사로 존재하기 때문에 사외이사를 굳이 둘 필요가 없다. NHN의 이사회에 변동이 없는 이유다.
또 다른 점은 분할 타이밍이다. SK디앤디는 별도자산 2조원이 넘은 상태에서 분할한데 반해 NHN은 2조원에 달하기 전에 분할했다. 둘 다 외형이 줄었지만 NHN은 이사회 의무 추가적용 시기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