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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움직이는 경영 주체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은 오늘날 한국 재계에 끊임없이 던져지는 주제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그리고 기업 외 인물들을 뜻하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기업 의사결정의 최고 결정자여야 한다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재계 대다수의 공감대다. 다만 1인 혹은 소수 중심의 재벌 기업집단 문화에 오랫동안 절여진 한국 재계에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는 여전히 막연한 '뜬구름'에 가깝다. THE CFO는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 기업집단이면서도 이사회 중심 경영을 지향하고 있는 SK의 이사회 경영과 거버넌스 시스템을 살펴보고 그들의 고민과 해결방안을 들어 봤다.
자타공인 선진적인 거버넌스 확보에 노력 중인 SK그룹이 정작 주장하는 '이사회 중심 경영'의 실체는 무엇일 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사회 중심 경영을 논하면서 THE CFO는 한 발 더 나아가 SK가 생각하는 기업의 목적과, 이사회 중심 경영이 기업 목적 달성에 적합한 모델인 이유가 무엇인 지도 질의했다. 또 코리안 디스카운트 해소에 이사회 중심 경영이 알맞은 모델이 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물었다.
또한 올해 추진됐던 SK그룹의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과 관련해 제기됐던 일련의 합병비율 논란에 관해서도 SK의 입장을 물었다. 국내 자본시장에 매번 등장하는 합병비율 논란은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THE CFO의 인터뷰에 응해준 SK그룹 담당자는 1편에서 소개했던 SK SUPEX추구협의회 내 거버넌스위원회에서 실무를 총괄하는 채희석 담당이다.
◇그들이 정의하는 이사회 중심 경영
Q. SK그룹은 이사회 중심 경영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A(채희석 담당)=한국 사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은 자본집약적 사업 환경에서 독과점을 야기하고, 지배력을 통해 오너의 이익 증진을 취한다는 인식이 있다. 이는 그룹에 속한 계열사들이 이사회 중심의 독립적이고 투명한 책임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주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된다.
이사회 중심 경영은 각 멤버사가 그룹으로부터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건전하고 효율적인 기업 운영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이자 조직의 원리다. SK그룹은 SK그룹만의 거버넌스 스토리(Governance Story)로서 '따로 또 같이'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이사회 중심 경영을 근간으로 하는 멤버사의 자율경영('따로')과 멤버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동맹(Alliance)' 형태로 운영되는 가치창출 생태계로서 그룹('또 같이')으로 구성된다.
Q. SK가 생각하는 기업의 목적이란
A=사회·환경 이슈 해결에 정부 역할은 한계가 드러난 반면, 기업 역할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또 이슈 해결에 적극적인 기업에 대한 사회와 투자자들의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기대와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의 지속적인 생존은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SK는 이런 점을 고려해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을 기반으로 경제적 가치(EV)와 사회적 가치(SV)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2015년 사회성과 인센티브(SPC·Social Progress Credit) 실험을 시작했고, 2018년에는 멤버사(계열사들을 SK에서는 '멤버사'로 통칭한다)들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 및 외부에 공표했다. 또 2021년에는 sk그룹이 국내 최초로 ESG 이슈를 제기하기도 했다.
Q. 이사회 중심 경영이 왜 기업 목적 달성에 부합하는 모델인가
A=이는 개별 멤버사 입장과 그룹 입장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을 듯 하다.
우선 개별 멤버사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은 EV와 함께 SV를 추구할 수 있는 적합한 지배구조다. 기업 경영 측면에서 경영진에 비해 이사회는 단기적 현안에 매몰되지 않고 중장기적 현안(Long-term Agenda)을 다룰 수 있다는데 그 역할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EV와는 독립된 중요 가치로 SV에 관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할 수 있는 기구로는 이사회가 적절하다.
SK라는 생태계(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은 '따로 또 같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장치다. 멤버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운영되는 '그룹'을 통해 개별 기업이 달성할 수 없는 가치를 더욱 효과적이고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SK그룹은 브랜드와 지분 관계가 없는 외부 이해관계자가 SK그룹의 추구 가치에 동의하고 가치 창출 활동에 참여를 원할 경우 그룹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Q. 한국경제는 오너 1인 중심의 재벌 경영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경제 특유의 경제 성장 역사를 고려해도 이사회 중심 경영은 주주가치 상승과 기업 목적 달성에 적합한 모델인가
A=오너 경영이 한국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한 사실이지만, 이와 반대되는 인식과 의견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떤 방식의 경영이 주주가치 상승에 전적으로 맞다고 할 수는 없다. 상황과 여건을 고려한 오너 경영과 이사회 경영의 적절한 균형 및 조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라는 거버넌스 스토리를 통해 이와 같은 균형과 조화를 지향하고, 주주가치 상승에도 기여하고자 노력 중이다.
◇'주주 일반'은 특정 어려워…논의와 주주 설득이 임무
이런 SK그룹도 올해 지배구조 개편으로 시장의 반발에 직면했던 적이 있다. 이달 초 합병이 완료된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합병비율' 논란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양 사 합병 과정에서 일반 주주가 아닌 최태원 회장의 SK가 유리한 합병비율이 산정됐다고 주장했다. 지배구조 평가 기관인 서스틴베스트가 이런 의견을 냈고, 국민연금은 양 사 합병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얼핏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도 볼 수 있는 이 현상에 대해 SK의 평가는 어떨까.
Q.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당시 합병비율을 산정하면서 상장사 SK이노베이션의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들이 어떤 입장과 논리를 견지했나. 주주 일반에게 불리한 합병비율에 대한 고려가 이사회 내 이뤄지지 않았다면, 주주 일반에게 충실한 이사회라고 볼 수 없다.
A=우리가 쉽게 '주주일반'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 주주들의 이해관계는 매우 다양하고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주주들이라 하더라도 특정 안건에 관한 의견과 이해가 서로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어떤 주주는 단기적 이익을 중시하는 반면, 다른 주주는 중장기적인 이익을 중시한다. 동일하게 중장기적 이익을 중시하는 주주라고 하더라도 특정 안건이 중장기적으로 이익이 되는지에 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주주일반의 이익을 위한다는 것이 모든 주주의 만장일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사회의 역할이자 '주주일반'의 이익을 위한다는 것은 주주들과 충분히 소통해 논의와 설득의 과정을 거치고, 이를 통해 가능한 많은 주주의 동의와 지지를 얻는 일일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주주일반의 이익을 이런 식으로 이해한다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은 충분한 논의와 설득의 절차를 거쳐 대다수 주주의 동의와 지지를 얻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의사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임시 주총 결과 합병 계약 체결 승인 안건은 참석 주주 85.76%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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