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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밸류업

최명용 THE CFO 부장 겸 부국장  2024-11-18 07:51:0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다. 미국 증시는 축포를 쏘아 올렸다. 다우지수 및 S&P500 지수가 상승세를 그렸고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국증시는 뒷걸음질을 쳤다. 한때 미국 증시와 동조화를 외치던 한국거래소였는데 트럼프 시대 재개막과 함께 새파랗게 비명을 질렀다.

정부에서 연일 밸류업을 외치고 정치권에선 금투세 폐지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배구조를 선진적으로 바꾸면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며 관련 논의도 한창이다. 그런데도 한국 증시는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백약이 무효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것은 인센티브와 압력행사다. 우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밸류업 계획을 세우고 이를 공시하고 실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세제 개편도 논의하고 있다. 금투세는 폐지쪽으로 가닥을 잡아 간다. 그래 봤자 원래대로 돌리는 것 뿐이다. 밸류업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들에겐 세제 지원을 약속했다. 상속세가 절실한데 이 얘기는 없다.

또 다른 논의는 지배구조 선진화다. 상법을 개정해서라도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컨센서스다. 정작 거버넌스 선진화와 기업가치의 상관관계는 명확치 않다. 'THE CFO'가 진행하고 있는 이사회평가에선 묘한 데이터들이 검출된다. 이사회 구성과 운영, 이사회들이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는 지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소유와 경영이 분산되고 이사회가 다양하게 구성되고 견제를 잘하는 거버넌스가 우수한 기업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삼성물산은 이사회 평가 점수가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반면 연초 13만원선에 거래되던 주식은 현재 11만원 선까지 내려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비슷한 정도로 우수한 거버넌스를 보이는데 주가는 연초 76만원 선에서 95만원까지 치솟았다. 비슷한 거버넌스에, 같은 그룹 계열사인데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평가 점수가 179점(70.1%)인 HD현대일렉은 8만원대에서 4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사회평가는 중간인데 밸류업 성적표는 가장 높다. 평가 점수가 낙제점인데 기업가치가 치솟은 곳도 있다. ABL바이오는 이사회 평가 총점이 90점(35.2%)으로 거버넌스는 낙제점이다. 반면 주가는 연초 2만원대에서 4만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3만원 후반대를 기록 중이다.

트럼프 시대, 어쩌면 밸류업에 대한 답은 눈앞에 있는 지 모른다. 트럼프처럼 하면 된다. 당선하자 마자 미국 증시가 축포를 올린 것은 트럼프식 밸류업이었다.

트럼프는 비대한 정부 조직을 효율화하겠다며 정부효율화부를 신설키로 했다. 그 수장엔 일론 머스크란 기업인을 앉혔다. 규제를 철폐하고 미국의 이익을 위해 국제 무대에서 '패악질'도 서슴치 않을 태세다. 세금도 낮추고 비트코인 규제도 철폐를 약속했다.

한국 정부는 진짜 밸류업을 할 준비가 됐을까. 한국과 한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올인할 태세가 돼 있나. 패악질까진 아니더라도 규제 완화와 기업 지원에 나설 의지가 있을까.

기업인을 정부 요직에 앉히고 비대해진 정부를 줄여보자. 정치인이 수십년간 말로만 외쳤던 규제 철폐를 기업인들에게 맡기면 더 빠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기업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진짜 밸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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