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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사회의 비극

최명용 THE CFO 부장 겸 부국장  2024-10-28 07:16:57
5만전자, 외국인 30일 연속 매도, HBM 경쟁력 저하, 빅딜 실종.

삼성전자에 위기설이 돌고 있다. 매년 반복되던 위기의식 고취 수준이 아닌 듯 하다. 내부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기술 개발은 안하고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준의 보고서를 올리느라 시간을 허비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여러가지 분석이 제기된다. 특정 임원이 전횡을 한다거나 기술 인력이 홀대 받는다는 비판도 있다. 인력이 빠져나가고 일하는 분위기가 사라진 요즘 세태를 지적하기도 한다. 주52시간 근무제에다 노조까지 만들어졌다.

또 하나 짚어볼 부분은 '이사회'다. 주식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이사회다. 위기설이 나올 때까지 삼성전자 이사회는 무엇을 했나. 책임은 없나.

삼성전자 이사회는 잘 구성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내이사 4인에 사외이사 6인으로 구성된다. 사내이사 4인은 한종희 노태문 박학규 이정배 등 삼성전자 주요 사업부를 총괄하는 사장들이 맡고 있다. 사외이사 6인은 사회 저명 인사들이다.

적절한 배분으로 견제가 가능하도록 짜여졌다. 상장사 중 이 정도 규모와 구성을 갖춘 곳도 드물다. 삼성전자에 대한 'THE CFO'의 이사회평가 점수는 255점 만점에 191점으로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글로벌로 눈을 돌리면 아쉽다. 삼성전자 사외이사 6인은 교수 혹은 관료 일색이다. 김한조 이사와 김준성 이사는 각각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싱가포르 투자청 이력을 갖고 있지만 반도체와는 거리가 먼 이력이다. 허은녕, 조혜경 이사는 각각 서울대와 한성대 교수다. 유명희 이사는 산업자원부 출신, 신제윤 이사는 금융위원장 출신이다.

대만 TSMC는 등기이사 10명 중 9명이 사외이사다. 9명의 사외이사는 대부분 외국인, 반도체 전문가들이다. 대만 내국인 사외이사는 법률 전문가 1인 뿐이다.

외국인 이사가 만능일 순 없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자유롭게 반론을 제기하고 사내이사들을 견제하는 역할은 외국인 이사가 훨씬 자유롭다. 더욱이 반도체 전문가라면 얼마나 이해도가 높겠는가. 관료와 교수들로 구성된 이사회보단 훨씬 집중력있는 토론이 오갔을 것이다.

더욱이 삼성전자 이사회엔 조직적인 면에서 치명적 결함이 있다. 이사회 외부의 옥상옥 구조 때문이다. 과거 미래전략실 기능을 이어온 사업지원TF의 힘이 여전히 막강하다. 여기에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준법감시위원회까지 있다. 구성원 입장에선 TF에 보고를 해야 하고 준법 여부를 감시받아야 한다.

이사회의 활동 면에선 또 다른 아쉬운 장면이 눈에 띈다. 지난 5년간 이사회에서 논의한 최다 안건은 '출연'이었다. 140건의 안건 중 17건이 출연이었다. 기부금항목도 11건에 달했다. 28건이 외부에 출연을 하거나 기부를 하는 안건이었다.

억단위 연봉을 주면서 저명인사들을 사외이사로 모셔 놓고 논의한 것은 학교 기부금, 협력사 인센티브 출연금이었다. 빅딜과 투자를 논의할 시간보다 기부금을 논의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시대가 만든 비극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2월 이후 10억원 이상 기부 및 후원은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 농단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기부금을 투명하게 관리하라고 압박했다. 5년간 빅딜은 하나도 없이 기술개발에 뒤쳐진 책임 중 일부는 기부금 문제를 주로 논의했던 이사회에도 있다.

하루 아침에 달라질순 없겠다. 다만 이사회부터 파격을 주라는 제안을 하고 싶다.

이재용 회장도 이사회에 복귀해야 한다. 등기이사로 책임도 지고 월급도 받으시라. 주가에 연동된 CEO 연봉 체계를 도입하면 당장 주식시장에서 뜨겁게 반응할 것이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영을 세워야 한다. 사업지원TF 대신 이사회를 보좌하는 조직을 키우고 의사결정 구조를 일원화, 간명화할 필요가 있다. 저명인사보다 전문가를 영입하고 기부보단 기술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벌어지도록 해야 한다. 시대가 낳은 비극에 언제까지 끌려 다닐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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