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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의 자격

최명용 THE CFO 부장 겸 부국장  2024-09-06 08:24:18
이사회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오너 경영을 대신할 새로운 거버넌스로 유일한 대안은 이사회경영이다. 모든 기업 활동의 뒤엔 이사회의 의결이 뒤따른다. 그 의결을 한 이사회 멤버들의 역할과 기능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성원은 사외이사다. 사내이사는 회사와 오너의 이익을 좇기 십상이다. 이를 견제하고 주주와 사회의 이익에도 신경쓰도록 하는 게 사외이사의 역할이다. 법규 준수와 투자 판단, 보수 책정 등도 사외이사의 견제가 필요한 사안이다.

상법상 사외이사의 자격은 '포괄주의'를 따른다. 이러이러한 조건의 인사는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누구나 사외이사가 될 수 있다.

결격사유의 요지는 해당 회사에 근무한지 얼마 안됐거나 대주주와 특수 관계에 있는 인물이다. 회사거래 관계에 중요한 이해관계에 있는 법인의 이사 및 집행 임원도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사내이사를 견제해야 하는 데 회사와 특수 관계에 있는 인물이라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미성년자거나 파산선고를 받은 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 등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법한 인사들도 사외이사 자격이 박탈된다.

금융회사의 경우 금융회사지배구조에 관한 법률로 한단계 더 촘촘한 규제를 받는다. 금융회사에 근무했거나 관련이 있는 인물은 사외이사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른 금융회사 겸직도 금지했다. 모두 이사회를 견제하라는 취지다.

상장사협의회에서 운영하는 사외이사 뱅크에선 사외이사 자격을 열거주의로 나열했다. 상장사협의회의 규정은 강제 사항은 아니다. 다만 사외이사 후보로 등록하려면 해당 자격이 필요하다고 열거했다.

상장회사 혹은 외부감사대상법인에서 근무를 해본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다. 상장법인의 임원이거나 외부감사대상법인의 임원으로 3년 혹은 5년 이상 근무를 했을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5급 공무원 이상 정부투자기관 및 금융감독기관, 경제단체, 연구소 임직원, 박사학위 또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기술사 등 자격증 소지자 등도 대상으로 열거했다.

이같은 자격 요건 속에서 한국기업들은 지금까지 이사회 멤버를 뽑았고 이들을 통해 이사회 의결을 했다.

한국의 이사회는 선진적이고 다양하고 투명하게 잘 운영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할 회사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기업의 사외이사들은 교수 아니면 관료 출신이 대다수다. 정치권에 줄이 닿는 유력인사들에게 자리 보전을 위해 사외이사 자리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60~70대 퇴직임원과 공무원들에게 짬짬이로 나눠주는 자리다.

사외이사의 자격은 좀 더 촘촘해지고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2022년 상법 개정을 통해 2조원 이상 자산 규모의 상장기업은 동일 성별의 임원으로만 채우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성 사외이사의 등용이 가능해지도록 한 것이다.

국적의 다양성, 경력의 다양성도 챙겨볼 이슈다. 글로벌 무대를 상대로 제품과 서비스를 팔고 문화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의 이사회는 여전히 국내용이다. 미국은 국적은 물론 성별, 성정체성까지 다양성을 중시한다.

20대, 30대가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은 어떤까. 은퇴자들만으로 이사회를 채우라는 법도 없다.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오히려 노사 분규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노동자 이사가 회사 경영을 반대만 할리 없다. 회사를 이해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소액주주, 1·2차 벤더, 투자자 등 생각해보면 사외이사로 영입할 인재풀은 지금보다 훨씬 더 늘릴 수 있다.

금융회사 사외이사 자격 강화를 두고 사외이사 인력난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기존 자격으론 인력난이 걱정되겠지만 인재풀을 늘린다면 오히려 이사회를 다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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