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삼성전자 사외이사는 금융·재정 전문가로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다. 그는 행정고시 수석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 청와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을 넘나들며 30여 년 넘게 공직에 몸담았고 퇴직 이후에는 사외이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아시아신탁(현 신한자산신탁)을 시작으로 HDC, 롯데손해보험 등을 거쳐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기업들이 그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국내외 금융을 두루 경험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 등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컸다.
◇ 국가 위기 땐 그가 있었다, 관직 물러난 이후 태평양 고문으로 재직 신 사외이사는 국내 금융사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1958년생인 그는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코넬대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 제24회 행정고시를 수석으로 합격한 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도 주요 보직을 거쳤다.
특히 그는 국내 경제의 주요 순간마다 활약을 보여줬다. 2002년 국제금융과장 재직 당시 무디스와 S&P, 피치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이바지했고 2003년 LG카드 사태 수습, 2005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 금융 분야 한국 측 수석대표로 있으면서 개방폭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로 있으면서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를 성사시켰고 이후 한일, 한중 통화스와프도 연이어 맺을 수 있었다. 당시 한국과 국제금융 네트워크의 한계를 체감, 이를 구축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그는 2010년 G20 차관회의 의장, 2011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가계부채 대책 마련에 영향을 미쳤다. 2011년 9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됐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국내외를 종횡무진한 장관급 금융관료인 것이다.
공직을 떠난 뒤에도 한국인 최초로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의장직을 수행했고 2018년까지 외교부 국제금융협력대사로 임명되면서 국제 금융 전문가로 활약했다. 현재는 30여 년 넘게 견고하게 쌓아 올린 인적 네트워크와 금융에 대한 전문성을 활용,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으로 있다.
◇ 아시아신탁·HDC·롯데손보 거쳐 삼성전자로 30여 년간 공직 생활을 마친 그가 국내 기업들의 이사회 사외이사 구성원으로 인기를 끈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금융권과 일반 기업 등을 넘나들었고 올해 3월부터는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그는 2017년 3월 아시아신탁에서 사외이사 생활을 시작했다. 다만 그가 해당 회사에 머문 기간은 길지 않다. 해당 회사는 비상장사다. 2019년 5월 대주주가 신한금융지주에 지분을 양도하면서 이사회 구성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시 HDC에서도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었다. 2018년 5월 HDC와 HDC현대산업개발로 분할됐고 그는 지주사인 HDC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감사위원회와 보상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했고 2024년 3월까지 정해진 임기를 채웠다. HDC에서는 정몽규 회장(의장)과 정경구 대표 등과 호흡을 맞췄다.
2019년 10월에는 롯데손해보험의 사외이사로도 있었다. 당시 롯데그룹이 롯데손해보험을 JKL파트너스로 매각하면서 대대적인 이사회 변화가 있었을 때였다. 대주주가 사모펀드로 바뀌면서 관료 출신 사외이사에 대한 니즈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와 함께 사외이사가 된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의 경우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제17회 행정고시를 합격, 관직에 진출했다. 재정경제부 제1차관을 지냈고 우리금융지주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을 지냈다. 그와는 학교 동문이자 재경부 선후배였으나 사외이사로도 인연을 맺게 됐다.
다만 그는 롯데손해보험의 사외이사 임기가 남았음에도 올해 2월 사퇴한 뒤 3월부터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로 이동했다. 현재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 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그를 글로벌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평가했고 자금 운용, 글로벌 전략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 역시 "예측이 어려운 대외환경의 변화에 회사가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하고 이사회 차원에서 전략적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를 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