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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 '시총 뉴노멀'

전략적 분할·합병 코오롱, 유일한 시총 '1조' 인더스트리

지주 출범 핵심 계열로 출발…건설·제약 굴곡 속에도 버팀목 역할

김동현 기자  2024-05-02 15:20:14

편집자주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 꺼낼 수 없지만 이 말만은 할 수 있다. 쉽게 '대세'가 되진 않았다. 어떤 곳은 여러 번의 '빅 딜' 후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또다른 곳은 적자만 냈지만 기업공개(IPO)의 적기를 제대로 잡아 그룹의 대표 주자에 올랐다. 모든 성장 전략이 다 달랐지만, 어느새 그룹에서도 가장 커져버린 시가총액이 이들의 성공과 새 시대를 주목하게 만든다. 더벨이 갖은 노력 끝에 시장을 사로잡은 주요 그룹 간판 계열사의 시총 그 뒷배경을 들여다본다.
2010년 지주사 체제를 출범한 코오롱그룹은 화학·소재와 건설, 제약 등을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이중 그룹의 모태 사업인 화학·소재 부문을 담당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핵심 계열사로 평가받는다. ㈜코오롱이 존속 지주사(㈜코오롱)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조사업 부문을 떼어 내 설립한 법인이 코오롱인더스트리다.

지주사 전환에 앞서 ㈜코오롱은 코오롱유화(2007년), FnC코오롱(2009년) 등을 합병했고 제조부문 분할 과정에서 해당 사업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몰아주며 이 회사가 기업 규모를 키우도록 했다. 코오롱그룹의 이러한 계열사 지원 방식은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등에도 적용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기업가치는 3조원을 넘겼던 2011년과 비교하면 현재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 제약 계열사가 부침이 있을 때마다 그룹을 떠받치는 역할을 했다. 업황 약세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지금도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적자 사업의 지분구조 재편을 추진하며 기업가치 상향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합병→분할→합병, 그룹 재편 중심에 선 코오롱인더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코오롱의 산업자재·필름·화학 등 사실상 대부분 사업이 단독 법인으로 분할하며 출범했다. 현금성자산과 투자지분, 투자부동산 등 일부 자산 외에 대부분의 자산이 신설법인 코오롱인더스트리에 편재된 배경이다. 당시 분할비율은 0.72(코오롱인더스트리) 대 0.28(㈜코오롱)이었다.

이러한 지주사 전환에 앞서 ㈜코오롱은 유관 사업을 한데 모으며 분할 사전 작업에 돌입했다. 2007년 석유화학 사업을 하던 코오롱유화를 합병했고 2009년에는 스포츠 레저용품 제조·판매업체 FnC코오롱과도 합쳤다. 이들 사업을 이듬해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분할하며 산업재와 소비재를 아우르도록 했다.



그결과 분할 전 1조원 아래를 밑돌던 기업가치(코오롱인더스트리 기준)는 2010년 말 2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자회사 투자 관리에 역량을 집중한 ㈜코오롱을 대신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그룹 대표 계열사로 떠올랐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기업가치만 놓고 봤을 때 코오롱인더스트리를 따라올 곳이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2015년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 허가로 강세를 보일 당시 지주사 ㈜코오롱도 기업가치가 1조원을 웃돈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후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사태 등을 겪으며 ㈜코오롱과 코오롱생명과학 모두 주가가 하락했고 조단위 시총을 자랑하던 코오롱티슈진도 거래정지·재개 절차를 거치며 시총이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닥쳤을 때도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산업재·소비재의 안정적인 수요와 신사업 증설에 힘입어 2조~3조원대 기업가치를 유지했다. 다만 최근 2년새 불어닥친 석유화학 업황 둔화와 필름 사업부의 계속되는 부진으로 지금은 1조원대 수준의 시총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사업재편

코오롱인더스트리 외에도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등도 합병과 분할을 통해 현재 사업구조를 꾸렸다. 먼저 코오롱글로벌의 사명이 코오롱건설이던 2011년, 코오롱건설은 코오롱글로텍 수입차 사업부문과 시스템제조 계열사 코오롱아이넷을 합병했다.



부채비율이 500%를 넘나들 정도로 불안정했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사업부를 코오롱건설에 몰아주던 시기다. 이중 수입차 사업은 코오롱건설의 부진한 실적 속에서도 수익성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고 지난해 1월 코오롱글로벌은 해당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코오롱 아래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ENP(코오롱인더스트리 자회사),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 등 6개 상장 자회사가 꾸려지게 됐다. 이중 코오롱인더스트리만 시총 1조원대선을 지키고 있으며 2022년 10월 거래를 재개한 코오롱티슈진(4월30일 시총 8987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의 시총은 2000억원대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분할 외에도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적자 사업부에 대한 정리를 시작하며 코오롱그룹은 또 한번의 사업재편을 준비하고 있다. 2022년 2분기부터 적자가 이어져 온 필름·전자재료 사업을 따로 떼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해당 사업에 대한 보유 지분이 떨어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연결 영업손익 대신 지분법 손익으로 필름 사업의 적자를 재평가할 수 있다. 시장에선 이러한 구조 전환을 올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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