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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금융 계열사는 지금

승계 토대된 한화생명…과제는 공적자금 청산

③전신부터 이어진 예보 지분 10%…주가 불확실성 요인이자 예보 경영 개입 명분

이재용 기자  2024-11-01 08:29:08

편집자주

한화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 재계에서 가장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올해는 한동안 두문불출하던 김승연 회장 역시 그간의 침묵을 깨고 공식석상에 자주 등판했다. 결론은 승계로 모인다. 한화생명을 중심에 둔 한화그룹의 금융 계열사 역시 이같은 흐름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의 움직임과 그 함의, 향후 전망 등을 짚어봤다.
한화생명은 한화그룹 3세 경영승계의 중요한 토대다. 태양광과 방산, 금융, 유통으로 나뉘는 명확한 승계 구도는 중간지주사인 한화생명이 있기에 가능하다. 여러 우려에도 전신인 대한생명을 인수한 김승연 회장의 당시 결단은 미래 승계 구도 정리를 원활하게 한 투자였던 셈이다.

마지막 퍼즐이던 한화저축은행 인수로 금융계열사 지배구조가 일원화됐다. 금융계열사 지분 정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앞으로 정리가 필요한 지분 관계는 청산 의무가 있는 예금보험공사 보유분이다. 대한생명 시절 지원받은 공적자금으로 여전히 예보 지분 10%가 남아 있다.

◇대한생명 인수로 두 마리 토끼 잡은 김승연 회장

그룹의 뿌리인 한국화약이라는 사명대로 화약에서 출발한 한화는 전신인 대한생명을 인수하면서부터 금융 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 시발점은 1999년이다.

대한생명은 당시에도 대형 생명보험사 중 하나였지만 외환위기와 경영진 구속 등으로 내홍을 겪었다. 당국이 매각을 위해 입찰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결국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해 공적자금을 투입하기에 이른다.

예보는 먼저 2조5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정상화가 힘들어지자 2001년 1조5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모두 3조55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대한생명 지분 100%를 예보가 보유하게 됐다.


한화그룹에는 2002년 편입됐다. 예보는 순차적으로 대한생명의 지분 67%를 1조1000억원가량에 매각했다. 한화그룹 편입 이후에도 대한생명은 10여 년간 사명을 유지했다. 지금의 한화생명으로 사명이 바뀐 건 2012년이다.

대한생명 인수는 김 회장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IMF 외환위기 파고로 계열사를 37개에서 17개로 대폭 줄여 여유자금이 1조원가량 있었다. 사장단의 반대에도 김 회장은 금융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인수를 단행했다.

김 회장은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모두 버리고 대한생명 대표이사에만 무보수로 2년간 투신했다. 그로부터 5년여 후인 2008년 대한생명은 인수 당시 약 2조원에 육박하던 누적결손금을 전액 해소해 부실 금융사 꼬리표를 뗐다.

성장을 거듭한 한화생명은 현재 그룹에서 두 가지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가 됐다. 먼저 한화생명은 한화그룹의 금융 계열사를 한화 오너일가 지배 아래 두는 중간지주사이자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 삼형제→한화에너지→㈜한화→한화생명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식이다. 한화생명은 다시 한화손해보험과 한화자산운용, 한화투자증권 등 주요 한화 금융 계열사를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로 지배하고 있다.

한화생명을 필두로 모인 금융 계열사들은 그룹의 수익성 면에도 톡톡히 기여하는 중이다. 실제 한화 연결 영업이익에서 금융 계열사가 차지하는 단순 비중은 2022년 41%에서 2023년 55%, 올해 상반기 81%까지 확대됐다.

◇'굴레' 예보 잔여지분 정리 차례…주가 회복 절실

한화생명의 한화저축은행 지분 인수 결정으로 한화그룹 3세 승계 구도 등을 위한 금융 계열사 지분 관계는 마무리 단계다. 다만 내부 교통정리와는 별개로 정리해야 할 외부와의 지분 관계가 남아 있다. 바로 청산 의무가 있는 예보 잔여 지분이다. 예보가 투입한 공자금 회수 마지노선 2027년까지 해결해야 한다.

현재 남은 예보 지분은 10%(8685만7001주)다. 예보는 2010년 한화생명 IPO 당시 보유 지분율 24.75%에서 블록딜 등 추가 매각을 거쳐 공자금을 회수해 현재 잔여 지분만 남겼다. 처분 지분을 환산하면 2조4500억원가량을 회수했다. 10%로 회수해야 하는 공자금은 기배당금을 제외하면 8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예보 지분 청산은 지지부진하다. 한화생명은 지분 매각을 위해 2021년 NH투자증권과 UBS를 주식 매각주관사로 선정했으나 이후 진전이 없다. 해당 지분이 남아 있는 한 한화생명은 주가 불확실성에 시달려야 한다. 한화생명이 예보 보유 지분 매각을 위한 주관사를 선정하면 오버행 우려가 부각돼 왔다.

블록딜로 점진적으로 처분하면 그 우려를 일부 해소할 수 있지만 할인 가격에 대량의 주식이 거래되는 블록딜 역시 주가 하락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예보의 경영 개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공자금 상환은 시급한 문제다. 예보는 대주주로 한화생명 사외이사 4명 중 2명을 추천할 권한을 갖는다.

한화생명 사외이사 중 예보 추천으로 합류한 이사회 멤버는 현재 임성열, 박순철 사외이사다. 임 사외이사는 감사위원, 위험관리위원, 내부거래위원으로 한화생명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박 사외이사 역시 임원후보추천위원과 보수위원, 지속가능경영위원으로 관련 경영 사안에 대한 심의·의결을 수행 중이다.

문제는 공자금을 청산하기엔 주가가 너무 낮다는 점이다. 지분 10%로 남은 공자금을 회수하려면 주당 1만원은 돼야 하는데 현재 주가는 2930원(10월 30일 종가) 수준이다. 기업가치 제고 등을 통한 주가 회복이 필요하다. 공자금으로 인한 여러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숱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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