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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금융 계열사는 지금

'정중동' 움직임, 조용하게 준비 끝냈다

①한화생명 아래 금융사 집결…남은 과제는

조은아 기자  2024-10-28 15:17:37

편집자주

한화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 재계에서 가장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올해는 한동안 두문불출하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그간의 침묵을 깨고 공식석상에 자주 등판했다. 결론은 승계로 모인다. 한화생명을 중심에 둔 한화그룹의 금융 계열사 역시 이같은 흐름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의 움직임과 그 함의, 향후 전망 등을 짚어봤다.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된 한화그룹 일련의 재편 과정에서 다소 동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계열사의 이합집산 소식이 전해졌지만 금융 계열사만큼은 잠잠했다.

그러나 '정중동' 행보는 이어졌다. 최근엔 한화저축은행이 한화생명 아래로 편입되면서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재편이 일단락됐다.

한화그룹에서 금융 사업의 비중과 위상은 상당하다. 방산과 화학, 금융으로 대표되는 삼대축 가운데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금융 사업은 일찌감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사장 몫으로 분류된 사업이기도 하다.

◇김승연 회장의 행보가 보여주는 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그 누구보다 바쁜 1년을 보냈다. 3월 말 5년여 만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전 R&D캠퍼스를 방문하며 공식석상에 등장한 데 이어 꾸준히 대외 행보를 이어갔다.

재벌 총수의 일거수 일투족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그들 역시 자신에게 쏟아질 스포트라이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만큼 '그냥' 하는 경우는 없다. 사전에 면밀하게 계산된 결과물이다.

김 회장의 행보를 살펴보면 타이밍은 물론 장소 역시 의미하는 바가 상당하다. 세 아들이 담당하는 사업장을 순차적으로 찾으며 힘을 실어줬다. 김동원 사장이 담당하는 금융 사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 회장은 4월 말 한화생명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방문해 금융 계열사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캐롯손해보험,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피플라이프, 한화라이프랩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5월 중순엔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제40회 연도대상 시상식에도 등장했다. 김 회장이 시상식을 찾은 것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김 회장과 김 사장이 함께 찍은 사진 역시 공개됐다.

김 회장의 행보가 보여주는 건 하나다. 사실 이미 그룹의 얼굴로 자리매김한 김동관 부회장의 경우 김 회장과 함께 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그러나 김동원 사장은 다르다. 김 사장이 김 회장과 경영 현장에 등장한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김동관 부회장과 비교해 존재감이 다소 약했던 김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금융 사업이 김동원 사장 몫이라는 점을 대외적으로 보여준 행보로 풀이된다.


◇금융 지배구조 재편 일단락…남은 과제는

한화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 사업 재편과 지배구조 재편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곳이다. 계열사 이합집산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방산 부문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재편됐고, 로보틱스 사업은 새 먹거리 중 하나로 떠올랐으며 기계 사업도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했다.

김동원 사장이 이끄는 금융 사업은 한동안 이런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 움직임에서 벗어나 있었다. 업종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던 탓이다. 다른 사업과 달리 신사업 진출에 한계가 있었고, 규제 문제 역시 얽혀있어 운신의 폭이 크지 않았다.

다만 조용했던 행보와 대조적으로 한화그룹에서 금융 사업의 의미는 상당하다. 한화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한화 연결회사(화약제조업·도소매업·화학제조업·건설업·레저서비스업·태양광사업·금융업 등)의 매출 합계는 25조4281억원인데 이 가운데 금융에서만 13조7885억원의 매출이 나왔다. 절반이 훌쩍 넘는다.

지난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53조1348억원 가운데 24조9100억원이 금융에서 나왔다. 53%에 이르는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절반이 금융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조4119억원의 영업이익 가운데 1조2090억원이 금융 몫이었다.

그런 만큼 김동원 사장의 역할이 막중하다. 금융 사업은 방산과 화학이 각각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던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외부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경영진의 역할이 조금 제한적인 사업이기도 하다. 경영수업을 받고 또 경영능력을 입증하기에 쉬운 곳은 아니라는 얘기다.

김동원 사장이 다른 형제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태양광 사업을 통해 10년 이상 경영능력을 입증받는 과정을 거쳤다. 현재도 방산 시너지 등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의 경우 담당하는 사업영역이 워낙 넓다. 유통, 건설에 더해 최근 로보틱스와 기계 사업까지 더해졌다. 그가 이름을 올린 계열사만 6곳에 이른다.

김동원 사장은 아직 이렇다할 시험대에 오른 적이 없다. 새로운 영역에 진출해 사업을 일군 경험 역시 적은 편이다. 경영능력을 온전히 인정받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김 사장이 한화생명 경영에 깊이 관여하고는 있지만 '소유'는 또다른 문제다. 추후 삼형제가 각각 경영하는 회사를 실제 어떻게 소유하는지 역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5월 17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연도대상 시상식에서 FP들 환호에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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