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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LED 조명 기업 소룩스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비상장 바이오벤처 아리바이오의 인수합병 작업이 막바지에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양사는 기존 소룩스 이사회 멤버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사외이사만 새로이 추가하는 계획을 알렸다.
당초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던 합병이 내년 초로 밀렸다. 이에 심사당국의 요구에는 부응하되 더는 합병이 늦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합병 후 이사진 10명, 사내이사 5 대 사외이사 5 균형감 소룩스와 아리바이오의 합병은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의 심사를 받고 있다. 통상 상장기업과 비상장 기업의 합병은 우회상장 여부를 중점적으로 따진다. 소룩스와 아리바이오 모두 이번 합병이 우회상장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주장과 이를 사실대로 소명하는 것은 다른 층위에 있다. 심사가 두 달 째 이어지는 이유다.
양사는 이에 따라 몇 차례 합병정정 신고서를 냈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이사회 구성 변화를 최소화하는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먼저 소룩스와 아리바이오는 합병 이후 신설법인 아리바이오 사내이사진은 기존 소룩스 구성원으로 채운다.
소룩스 이사회에 아리바이오 인사가 속속 포진한 점도 이사진 변동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각각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를 포함해 김근호·송혁 이사까지 3명의 사내이사가 아리바이오에 적을 두고 있다. 정 대표는 작년 6월 소룩스 이사회에 합류했고 최대주주 지위에도 올랐다. 이 과정에서 아리바이오 임원들도 함께 신규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신설법인 이사진은 사외이사만 일부 변화를 준다. 각각 아리바이오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으로 재직했던 이은직 사외이사 그리고 올해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된 임영호 사외이사가 합류한다. 소룩스의 정관상 이사 정원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현재 소룩스 이사진이 총 8명인 걸 고려하면 신설법인 아리바이오의 이사는 10명이 된다.
앞서 이은직 사외이사는 신설법인에서 필요로 하는 '바이오 전문역량'을 갖춘 인사다. 합병법인 소룩스의 이사진을 살펴보면 최대주주 정재준 대표를 제외하면 바이오 업계에 관련 전문 식견을 갖추거나 경력을 쌓은 인사가 없다. 이 사외이사는 연세대학교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주임교수이자 세브란스병원 뇌하수체 종양센터소장을 겸하고 있다.
임영호 사외이사는 법조계에서 경력을 쌓은 법률 전문가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장과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거쳐 충북대 법학대학원 겸임교수와 조세심판원 조세심판관 등을 겸하고 있다. 합병을 통해 조직이 비대해지는 과정에서 소룩스 이사진 중 법조계 인사가 손창환 사외이사 1명 뿐인점을 고려한 인사로 보인다.
◇중국 파트너사 L/O 계약금 300억 입금→의구심 씻고 '한 걸음 더' 아리바이오는 비상장 기업으로 꾸준히 실체 입증을 주문받아 왔다. 이에 최근 파트너사로부터 300억원의 기술이전(L/O) 계약금을 지급받은 사실도 추가로 신고서에 새롭게 기재했다. 이는 합병을 둘러싼 뒷말을 잠재우고 이사회 재구성과 합병 절차 마무리하기 위한 마중물이다.
시장에선 제기하던 우회상장에 대한 의구심은 중국 파트너사와 거래 계약금 300억원을 확보하며 상당 부분 털어냈다. 앞서 최근 바이오텍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실체' 입증을 L/O 트랙 레코드로 해낸 셈이다. 최초 합병신고서 제출까지 해당 계약금이 입금되지 않았다가 이번에 유입되며 합병을 위한 큰 산을 넘었다.
이 과정에서 소룩스 주식보다 아리바이오 주식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 점이 눈길을 끈다. 합병비율을 소룩스 주식 1대 아리바이오 주식 2.503256주로 책정한 것도 아리바이오의 신약개발에 대한 고민이 묻어있다.
아리바이오는 그간 증시에 입성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임상 3상을 지탱할 유동성을 공급받으려 했다. 그러나 이 작업은 수 년 간 어려움을 겪었다. 기술특례제도를 통한 코스닥 입성을 추진했으나 여러 번 고배를 마셨다. 신약개발사에 대한 상장 허들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데 더해 치매라는 미지의 영역을 타깃하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아리바이오와 소룩스의 관계가 작년 상반기 시작된 것도 이 고민의 연장선 위에 있다. 지난해 5월 정 대표는 소룩스 최대주주였던 김복덕 전 대표가 보유하던 구주 100만주를 300억원에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소룩스 최대주주 지분 및 경영권 인수에 정 대표가 들인 자금은 대략 600억원이다.
소룩스 관계자는 "합병을 마무리하기 위한 제반 절차 완비에 집중하고 있다"며 "합병을 마무리하기까지 분기나 온기 실적을 반영하기 위한 정정 공시는 있겠지만 합병 완수를 위한 큰 방향성은 잘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