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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신한투자증권이 대규모 금융사고를 공시하면서 내부 리스크관리 체계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은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LP)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13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뼈아픈 실책을 했다.
신한투자증권 이사회 내에는 위험관리위원회를 따로 두고 있다. 해당 위원회는 각종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등을 적시에 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장정훈 신한금융지주 재무팀 본부장이 속해있는만큼 지주의 리스크관리 체계에도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 금융지주 이사회 워크숍 진행…진옥동 회장 '스캔들 제로'에 흠집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2024년 하반기 이사회 워크숍'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금융지주는 매년 9월 경영계획 관련 지주회사 실무자 워크숍을 진행한 뒤 그룹 경영계획 초안을 마련한다. 이후 10월에는 이사회 워크숍을 진행, 그룹의 전략 방향성에 대해 확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해당 자리에서 진옥동 회장이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스캔들 제로'였다. 사외이사들을 만나 내부통제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공유한 것이다. 이는 진 회장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해왔고 '업의 윤리를 바로 세우고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과 맞닿아있다.
다만 해당 워크숍이 진행된 후 핵심 계열사인 신한투자증권의 ETF LP 관련 금융사고가 공시됐다. 회사 측은 ETF LP 업무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과대 손실 발생 및 허위 스왑거래가 등록되었던 사실을 발견했고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발생기간은 지난 8월 2일부터 지난 10월 10일까지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3분기 실적을 결산하는 중에 해당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고 바로 이를 지주와 공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사회 관련된 활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증권 금융사고의 경우 발견 후 지주와 바로 소통이 있었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위험관리위원회에 지주 측 인사 참여, 리스크관리 소홀? 현재 신한금융지주를 비롯, 계열사들도 이사회 내 위험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위험관리위원회는 자회사 등의 각종 거래에서 발생하는 제반 리스크를 적시에 인식·측정·감시·통제하는 등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위험관리위원회를 두고 있고 위험관리 기본방침과 전략, 부담가능한 위험 수준의 결정, 적정투자한도 및 손실허용한도 등을 승인한다. 리스크관리에 대한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해당 위원회에는 김경한(컨슈머타임즈 대표)·주소현(이화여대 사회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 사외이사 2명과 장정훈 신한금융지주 재무팀 본부장(기타비상무이사) 등 총 3명이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만큼 지주 내 인물이 해당 위원회에 포함, 위험관리 전반을 들여다본 것이다.
장 본부장은 현재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신한은행 재무기획부 차장이었고 이후 신한금융지주로 이동, 경영관리팀 부부장, 재무팀장, 경영관리1팀장, 재무팀장 등을 거쳐 본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자산신탁, 신한DS 등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모두 겸하고 있다.
이번 신한투자증권이 ETF LP 관련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만큼 위험관리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사전에 해당 안건이 공유되었는지는 파악이 되지 않지만 향후 내부 수습에는 깊게 관여해야 하는 구조다. 과거 라임펀드 사태가 있었을 때도 '선보상 관련 리스크 영향' 등을 논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