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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의안에는 인사부터 재무, 투자, 사회공헌, 내부통제 등 기업 경영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가 반영돼 있다. 안건 명칭에 담긴 키워드를 살피면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경영진의 관심사, 사업 방향성이 드러난다. THE CFO는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 기법을 활용해 주요 기업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명칭 속 단어 빈도를 분석하고 핵심 키워드와 기업의 관계를 살펴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2분기부터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사내이사 2명으로 구성된 이곳은 사채 발행과 일상적 경영사항을 이사회로부터 위임 받아 처리하는 소위원회다. 경영위원회가 설립된 배경에는 자금 조달이 있다.
상장(IPO)으로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했던 LG에너지솔루션은 거액의 시설투자를 매년 단행하면서 부채조달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2차전지 시장의 업황 변화와 금리변동 등 고려해 시의적절한 의사결정을 하려면 별도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경영위, 원화·외화채 등 자금조달 안건만 다뤄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5월 임시 이사회를 열고 '경영위원회 설치 및 규정 제정 승인의 건'을 통과시켰다. 이사회 산하에 경영위원회라는 새로운 소위원회를 만드는 게 골자다. 그전까지만 해도 LG에너지솔루션 이사회에는 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4개만 있었다.
경영위원회 인원도 다른 위원회와 차이점이 있었는데 사내이사로만 구성돼 있다. 설치 초기에는 권영수 당시 부회장(위원장)과 이창실 부사장(위원) 두 명이었다. 사외이사들이 주류인 다른 소위원회보다 인원수가 적다.
올 6월 말 현재는 최고경영자(CEO)인 김동명 사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창실 부사장이 멤버다. CEO와 CFO 둘이서 안건을 심의하고 결의한다는 점에서 경영전략과 재무에 관한 의사결정의 주축을 맡고 있다. 이사회 규정에서도 재무에 관한 사항과 일상적 경영사항 등을 담당한다고 기재돼 있다.
실제로 여기서 논의되는 안건들을 보면 작년 6월 회사채 발행과 8월 해외 공모채 발행, 올해는 5월 해외 공모채 발행안건이 의결됐다. 주로 부채조달 의안이 올라왔는데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영환경과 관련이 깊다.
◇일정액수 이상 투자안건 등은 이사회에서 처리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1월 상장하면서 역대급 몸값을 기록, 12조7500억원 규모의 공모자금을 끌어왔다. 이 돈은 주로 배터리 생산능력(Capa) 확충을 위한 시설투자에 쓰였다. 2020년 LG에너지솔루션의 연결기준 자본적지출(CAPEX)은 2644억원이었지만 2021년 3조5164억원, 2022년 6조2981억원, 작년 10조253억원으로 급증했다.
IPO 자금만으로는 CAPEX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부채조달이 필요했다. 회사채 발행에 집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원화채와 외화채 발행잔액은 올 6월 말 기준 5조5573억원에 이른다.
LG에너지솔루션을 둘러싼 2차전지 시장은 '캐즘(일시적 수요부진)'이란 변곡점을 맞았다. 전기자동차 활성화로 승승장구하던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수요가 정체되면서 다소 경색된 상태다. 캐파를 대거 늘린 만큼 CAPEX와 생산량 조절이 필요했다.
아울러 고공 행진하던 이자율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빅컷으로 한풀 꺾이며 하락세가 점쳐지고 있다. 시장과 경제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일일이 이사회를 열고 결의하기보다 소수의 사내이사들이 모여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는 게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4000억원 넘는 신·증설 시설투자와 2000억원 이상을 집행하는 신규·증설 투자 목적의 출자 사안, 1000억원 이상의 타법인 주식 취득은 이사회에 상정, 심사와 결의대상이다. 그런 점에서 경영위원회는 자금 조달에 초점을 맞추며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