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사회 의안에는 인사부터 재무, 투자, 사회공헌, 내부통제 등 기업 경영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가 반영돼 있다. 안건 명칭에 담긴 키워드를 살피면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경영진의 관심사, 사업 방향성이 드러난다. THE CFO는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 기법을 활용해 주요 기업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명칭 속 단어 빈도를 분석하고 핵심 키워드와 기업의 관계를 살펴본다.
삼성그룹 소속 계열사들은 이사회 구조에서도 통일성을 갖는다. '경영위원회'란 독특한 이사회 산하 위원회가 존재하는 것 역시 그 중 하나다. 여느 위원회와 달리 사내이사로만 구성된 경영위원회는 경영일반에 관한 사항과 재무 등에 관한 사항 등을 전담하는 곳이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6월) 경영위원회 안건을 보면 116개 의안 가운데 '메모리(37건)'와 '파운드리(22건)' 관련 투자 건이 반을 차지하고 있다. 경영위원회 안건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로 귀결된다. 자본집약적 산업 특성상 상시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메모리 투자 37건, 파운드리 투자 22건 상정 경영위원회는 주요 경영전략과 사업계획, 재무관련 안건을 심사, 의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원회다. 삼성전자는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 모든 소위원회를 사외이사로 구성했지만 경영위원회 만큼은 예외로 뒀다. 이사회 경영을 존중하되 시의성 있는 안건에 대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조치다. 이사회 내에서 경영기능과 감독기능을 분리시키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지난 5년간 경영위원회에 올라온 안건은 116개,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메모리 투자'다. 총 37건으로 전체 안건 중 31.9%다. 특히 평택 3~4라인 투자 안건이 많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수년간 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 등을 생산하는 공장에 수십조원을 투자해 왔다.
그 다음으로 많은 안건은 '파운드리 투자'다. 22건으로 전체 안건 대비 19%다. 메모리는 데이터 저장에 특화된 반도체이며 파운드리는 고객사(팹리스)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비메모리 사업이다. 둘 다 반도체란 키워드로 통한다.
반도체 투자 안건만 59건으로 전체 안건 중 50.9%다. 이와 더불어 기흥과 평택 등 '반도체 연구소 투자' 의안 6건(5.2%)을 합치면 총 65건(56%)이 반도체 투자 관련 안건이다. 장치산업인 반도체는 막대한 시설투자를 요하기 때문에 수시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경영위원회에서 이를 전담하고 있다.
◇해외법인 관련 안건 15개, 설립·청산 각각 5건씩 반도체 투자를 제외하고 지난 5년간 경영위원회에서 가장 많이 다룬 의안은 '해외법인'이다. 총 15건(12.9%)으로 설립이 5건, 청산이 5건, 지분인수 1건, 매각 1건, 합병이 1건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1위 대기업 답게 한국과 가전·스마트폰(DX) 부문 산하 해외 9개 지역총괄, 반도체(DS) 부문 산하 해외 5개 지역총괄의 생산·판매법인, 삼성디스플레와 하만(Harman) 산하 종속기업 등 226개의 종속기업으로 구성된 글로벌 기업이다.
그만큼 여러 해외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전략에 따라 해외법인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런 업무도 경영위원회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특히 지난해 4월 27일 열린 회의에서는 중국과 유럽법인 청산 결정이 이뤄졌다.
라이선스 계약 체결도 8건(6.9%)으로 눈에 띈다. 기술 경쟁력의 핵심인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또 방어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기업 ARM 등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TV와 모니터 등에 쓰이는 무선통신과 비디오 기술과 관련된 여러 특허를 쓰고 있다. 기술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라이선스 체결 전략도 중요해졌다.
특히 글로벌 특허괴물 등의 공세가 삼성전자를 꾸준히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9월 폴라리스파워LED테크놀로지(Polaris PowerLED Technologies, LLC)로부터 무선배터리공유(Wireless Power Share) 기술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임대차 관련 안건도 5건(4.3%) 올라왔다. 삼성SDI와의 임대차 계약 체결, 서초 전자사옥 임대차 계약 체결 등이 있다. 그 밖에 경영위원장 선출과 생산물배상책임 등 보험가입 안도 각각 3건씩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