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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삼성SDI, 불투명한 이사회 개선 노력 아쉬웠다

[총평]①사외이사 평가 재선임 과정에만 반영, 다각도 이사 평가 미도입

김소라 기자  2024-10-25 16:14:23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삼성SDI는 선진 이사회 체계 정착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대표이사- 이사회 의장 체제에 변화를 기하고 사외이사만의 독립된 회의체를 구성하는 등 견제 장치로서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는 모두 근래 나타난 변화로 경영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내외부 균형을 맞추고자 한 흔적이 엿보인다.

다만 상장사 중에서도 '우수'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았다. THE CFO 이사회 평가 문항 가운데 절반이 평균 또는 평균 이하 득점대에 머물렀다. 특히 이사회 운영과 이에 대한 전반의 자평, 체제 개선 시도들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아쉬웠다. 관련한 세부 정보가 현재 공시나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시장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해 5월 발간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및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삼성SDI는 이사회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 기능 △정보 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 성과)를 준거로 평가한 결과 총점 255점 가운데 184점을 획득했다. 백분율로 따지면 72% 수준의 득점이다.

◇'경영성과' 쪼그라든 육각형…255점 중 184점 획득


6대 공통지표를 각각 꼭짓점 삼아 육각형 모델을 그려봤을 때 모양은 다소 고르지 못했다. 일부 지표가 평균 이하 점수를 획득하며 동 부분 모양이 쪼그라든 탓이다. 나머지 지표가 상대적으로 바깥 쪽으로 퍼져나갔던 반면 일부에서 감점이 다수 발생, 최종적으로 전체 모양이 완전하지 못한 상태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삼성SDI 밸류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영향이 컸는데 경영성과 지표에서 주가를 주요한 평가 대상으로 다루고 있는 까닭이다.

자발적인 개선 의지가 다소 미흡했던 부분도 있었다. 이는 주가나 영업 성과 등 회사 차원에서 오롯이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을 제외한 자의적인 판단 하에 스스로 이행하지 않는 부분들을 가리킨다. 6대 공통지표 중 경영성과 다음으로 득점이 가장 낮았던 평가개선 프로세스가 대표적이다. 이 항목에서 최저 점수가 상대적으로 다수 발생하며 전체 점수를 내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사회 체제 개선과 관련한 제반 정책들이 정교하지 못했다. 일례로 삼성SDI 자체 이사회 평가 과정을 보면 내부 평가만 실시하고 있다. 매년 말 내부 평가서를 토대로 회사가 각 사외이사를 직접 평가하는 식이다. 이 밖에 다른 평가 방법은 전무하다. 일부 대기업에서 사외이사 자기 평가, 사외이사 간 상호 평가,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활동 평가 등 다각도의 방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1차원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피드백 반영 흔적 등도 불투명했다. 이사회 평가를 바탕으로 회의체 운영 방식을 개선한다거나 보완하는 등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에 관련 내용은 현재 기술돼 있지 않다. 삼성SDI는 각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단순히 동 임원 재선임 여부 결정에 활용하는데 그치고 있다. 보수액 측정 등에도 평가 자료를 별도로 고려치 않고 있다.

◇성실한 이사와 안정적인 지원 조직 '시너지'

이사회 활동만 놓고 볼 때 점수는 비교적 낙관적이었다. 이사회 내 각 보드멤버(이사회 구성원)의 활동과 숙의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인 참여도 항목이 전체 카테고리 중 가장 고득점을 획득했다. 각 카테고리 별 5점 만점에 참여도는 4.4점으로 나타났다. 이사진들이 최고 경영 회의에 성실히 참여하고 있고 이사회 내 소위원회들도 수시로 담당 안건을 검토,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회사 차원의 지원들도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각각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활동을 보좌하는 내부 지원 조직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구체적으로 이사회의 경우 피플(People)팀에서 사외이사 자료 요구, 교육 등 제반 사항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 직위는 모두 프로급으로 별도 임원급 수장은 배치돼 있지 않다. 감사위원회 지원은 재경·감사팀이 동시 대응하고 있는데 각각 상무급이 1명씩 포함됐다.

그 외 사외이사의 경영진 대상 견제나 내부거래 통제 프로세스 등 공식 절차 체계는 마찬가지로 잡혀 있다. 견제 기능 카테고리 점수가 평균 이상 수준으로 도출됐다. 각 공통 지표 세부 항목만 따지면 견제 기능 카테고리에서 만점 항목이 가장 많이 나왔다. 다만 사외이사 추천 방식이나 독립 회의체 구성 등이 미흡했던 점은 감점 요소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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