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사회 의안에는 인사부터 재무, 투자, 사회공헌, 내부통제 등 기업 경영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가 반영돼 있다. 안건 명칭에 담긴 키워드를 살피면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경영진의 관심사, 사업 방향성이 드러난다. THE CFO는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 기법을 활용해 주요 기업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명칭 속 단어 빈도를 분석하고 핵심 키워드와 기업의 관계를 살펴본다.
삼성전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위해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여기서 주주가치 제고와 ESG에 관련된 안건의 심의 및 결의가 이뤄진다. 지난 5년간(2020~2024년 6월 말)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 올라온 의안 중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IR(Investor Relation)'이다.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ESG 경영과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중점으로 두면서 투자자들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 EU와 UN 등 국제기구와의 소통을 통해 국제 공급망을 점검하고 인권, 노동, 환경 등 글로벌 경영지침들을 살펴보고 있다.
◇ESG 투자지침 삼는 주주들 많아져, IR로 이들과 소통 삼성전자 이사회 산하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2021년 거버넌스위원회가 확대 개편된 곳으로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영역에서 ESG 경영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와 지속가능성 향상, 주주환원 정책 등을 사전 심의하는 곳이다.
지난 5년간 총 48건의 의안이 올라왔는데 그 중 19건(39.6%)이 IR 관련이다. 주로 'IR 동향' 보고가 압도적으로 많다. IR은 투자자 미팅을 통해 회사의 중장기 전략과 주주가치 제고 정책 등을 알리는 행위다. 삼성전자는 외국인이 지분의 53% 이상을 보유한 만큼 이들의 투심 잡기가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키워드다.
특히 블랙록 같은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는 2022년부터 의결권 행사지침을 발표하면서 ESG를 제1 투자원칙으로 삼았다. ESG 경영 등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에 미흡한 경우 이사회에 가차 없이 책임을 물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로선 지분 5.03%를 소유한 3대 주주인 블랙록의 지침을 외면할 수 없다.
실제로 블랙록은 삼성전자가 단기·중기·장기 탄소배출 감축 계획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에너지 전환 전략을 살펴보고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자료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비판이다. 투자자의 구미를 맞추려면 온실가스 배출도 저감 계획도 꾸준히 발표, 투자자들과 공유할 필요성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2020년 말 경영지원실 산하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로 격상했다.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를 중심으로 ESG 경영을 펼치고 있으며 미국·중국·유럽의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하는 글로벌 차원의 지속가능경영을 추진 중이다.
◇배터리 탈부착·넷제로산업법·RE100 등 환경규제 증가세 그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지속가능경영(9건)이다. 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이슈이며 ESG(3건), EU와 UN 등 국제기구 언급도 3건이다. EU 관련 안건은 공급망실사 지침 대응과 EU 관계자와의 인게이지먼트(약속)다.
EU는 최근 스마트폰 배터리 탈부착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키고 탄소중립 기술 투자를 위한 법규(넷제로 산업법) 등 입안하는 등 각종 환경규제에 선두에 선 지역이다. 휴대폰 제조사는 오는 2027년까지 배터리 일체형 스마트폰이 아닌 배터리를 탈부착할 수 있는 제품을 유럽지역에 공급하도록 하는 법규로 삼성전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규제다.
삼성전자로선 늦어도 2027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S27 등에서 일체형 배터리가 아닌 교체형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폴더블폰의 경우 스마트폰 디자인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2050년까지 전량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구매하거나 또는 자가생산으로 조달하겠다는 RE100도 마찬가지다.
또 삼성전자는 2022년 UN 글로벌 콤팩트 가입을 추진했다.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 10대 원칙을 기업의 운영 및 경영전략에 내재화시켜 지속가능성과 기업시민의식 향상에 동참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국제 최대 규모의 이니셔티브다.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환경, 인권 이슈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배터리 주요 원재료인 코발트의 경우 세계 공급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콩고에서 인권침해와 환경오염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배터리 업체는 물론 전자기기, 자동차 제조사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애플, 구글,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MS), 델 등 미국 거대 IT기업들이 콩고 아동노동 착취로 채굴된 광물을 쓰다가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