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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전략' 추진하는 기아, 안건으로 보는 '글로벌'

해외법인 '설립·증자·인수' 의안…'미국·카자흐·러시아' 시장 화두

박동우 기자  2024-10-04 10:39:01

편집자주

이사회 의안에는 인사부터 재무, 투자, 사회공헌, 내부통제 등 기업 경영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가 반영돼 있다. 안건 명칭에 담긴 키워드를 살피면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경영진의 관심사, 사업 방향성이 드러난다. THE CFO는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 기법을 활용해 주요 기업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명칭 속 단어 빈도를 분석하고 핵심 키워드와 기업의 관계를 살펴본다.
약진하는 기업은 항상 장기적 안목에서 계획을 세워 행동한다. 국내 2위 완성차 제조사 기아 역시 미래를 내다보고 성장 로드맵 '2030 전략'을 수립했다. 해외 시장에서 완성차 판매를 늘리는 목표를 제일 과제로 설정했는데 이사회가 그동안 심의한 안건을 보면 '글로벌' 권역을 둘러싼 관심이 잘 투영돼 있다.

202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처리한 의안 125건 가운데 글로벌 시장을 둘러싼 안건이 13건이다. 해외법인을 겨냥한 설립, 증자, 인수 의제가 주를 이뤘다. 최근 3년새 공급망 이슈와 맞물려 미국 시장이 가장 주목을 받았고 전쟁으로 현지 사업이 어려워진 러시아, 대체 사업거점으로 부상한 카자흐스탄도 이사회 논의 화두로 떠올랐다.

◇3년 6개월간 상정 125건 중 13건 외국사업 연관

최근 3년 6개월 동안 기아는 이사회를 28회 소집했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2021년 7회 △2022년 8회 △2023년 9회 △2024년 상반기 4회 회의를 열었다. 같은 기간 이사회에는 의안 125건이 상정됐다. 이사진은 94건을 표결해 승인했고 나머지 보고사항 31건에 대해서는 실무 부서로부터 내용 설명을 받았다.

처리한 안건 명칭에 적힌 키워드 중에서는 글로벌 시장과 연관성이 밀접한 단어들이 눈길을 끈다. '해외법인'을 명시한 의안은 4건으로 나타났다. 해외계열회사를 언급한 안건은 3건, 해외합작법인을 기재한 안건은 2건 집계됐다. 국가명이나 대륙 권역과 관련된 키워드도 눈길을 끄는데 △북미 △미국 △러시아 △카자흐스탄이 한 차례씩 등장했다.


해외 시장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기아 경영진이 올해 수립한 '2030 전략'에서도 잘 드러난다. 중장기 사업기조를 반영한 로드맵으로 올 상반기에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 기업설명회 행사에서 자세한 내용이 소개됐다. 여기서는 전기차(EV) 판매 160만대,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25만대 등의 목표치가 나열됐는데 가장 먼저 거론된 내용이 '글로벌 판매 430만대'였다.

2030년에 세계 시장에서 연간 430만대 판매량을 달성하는 내용이 골자다. 올해 계획한 글로벌 판매량 320만대와 견줘보면 34.4%(110만대) 늘려 잡은 수치다. 북미, 유럽, 한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263만대를, 신흥시장에서 167만대를 파는 밑그림을 그렸다. 이를 위해 현지 제조로 성장 모멘텀을 이어나가고 생산지를 다변화해 수요에 대응하는 과업이 제시됐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기아가 거느린 종속기업은 24개사다. 모두 해외법인으로 유럽 권역에 가장 많은 16개 업체가 포진했다. 북미 대륙에는 4개 기업,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는 회사 2곳씩 뒀다. △미국 조지아(KaGA) △슬로바키아(KaSK) △멕시코(KMX) △인도(KIN) △말레이시아(KMY)에 자리잡은 법인들은 자동차 제조 공장을 둔 핵심 거점이다.

◇배터리 제조사 합작, 생산거점 조정 '승인'

기아가 2021년 이래 글로벌 시장과 관련해 심의한 안건 면면을 살피면 해외 계열사 증자 참여, 해외 합작법인 출범, 해외법인 지분 인수 등을 승인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배터리 제조사와 합심해 잇달아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 내용이 단연 돋보인다.

2023년 4월 기아 이사진은 SK온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승인했다.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정책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2차전지 공급 경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취지였다. 현대차그룹이 출자액 3조2400억원의 절반인 1조6200억원을 부담하는 가운데 기아는 4942억원(15.3%)을 책임졌다.

여세를 몰아 같은 해 5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북미 배터리 생산법인을 함께 세우는 계획도 가결했다. 전체 출자금 2조8600억원 중 현대차그룹이 1조4300억원을 납입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기아가 4362억원을 분담하고 현대차가 7080억원, 현대모비스는 2861억원을 투입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배터리 제조 합작법인을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미국 현지 투자법인 HMG글로벌을 경유하는 자금 납입 방식이 채택됐는데 HMG글로벌 역시 2022년 6월 기아 이사회 구성원 의결을 거쳐 탄생한 산물이다. 미주 권역에서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고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목적으로 출범했다. 기아는 4564억원을 HMG글로벌에 보탰고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4480억원어치를 현물출자하는 동시에 현금 2912억원도 납입했다.

기아 이사회는 미국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른 권역을 둘러싼 관심도 쏟았다. 2023년 1월에 카자흐스탄 투자계획을 승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2 공장 건립에 주안점을 맞췄는데 2억달러를 들여 연간 7만대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춘 시설을 2025년까지 조성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생산법인 'HMMR'을 겨냥해서는 작년 12월에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의사결정을 내렸다. 현대차와함께 러시아 현지 판매업체를 상대로 단돈 1만루블(14만원)에 처분하는 대신 2년 안에 다시 매수할 수 있는 '바이백(Buy-Back)' 조항을 삽입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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