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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한진칼은 항공과 관광, 물류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한진그룹의 지주사다.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비롯해 진에어와 한진관광 등으로부터 받은 배당금과 투자사업을 주 수익원으로 한다. 작년 기준 매출액은 2757억원이다.
2013년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이사회 운영 등 지배구조 안정화에 힘써왔다. 이사회 평가 결과 구성과 정보접근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등 모든 평가 지표가 3점 이상을 기록했다. 다만 평가 개선 프로세스와 참여도, 견제기능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보였다.
◇경영성과 11개 지표중 7개 만점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한진칼은 255점 만점에 167점을 받았다.
주목받은 분야는 구성이다. 해당 부문은 45점 만점에 33점, 평점 5점 만점에 3.7점을 받았다. 이사회 의장을 오너인 조원태 대표가 아닌 김석동 사외이사가 맡는 등 이사회 내 견제와 균형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이사회 11명 중 사외이사가 8명에 달했다. 다양성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사외이사의 소위원회 참여 등 항목에서 모두 4점대 이상을 받았다.
BSM(Board Skill Mtrix) 활용에서는 아쉬운 점수를 받았다. 한진칼은 이사회와 구성원 평가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 사외이사를 통해 외형적인 경영 견제 구조는 갖췄지만 이들 이사회 구성원을 평가해 향후 경영에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
정보접근성은 35점 만점에 23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평점은 5점 만점에 3.8점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을 통해 이사회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 부분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 경로를 공개하지 않은 점은 개선사항으로 꼽혔다.
경영성과는 55점 중 39점, 5점 만점에 3.5점의 준수한 점수를 받았다. 주가수익률과 총주주수익률(TSR),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부채비율 등 7가지 지표에서 5점 만점을 받았다.
◇우수한 이사회 구성 불구…내부 평가시스템 '미비'
현 이사회 구성 및 운영의 우수한 지표와는 달리 참여도와 견제기능, 평가개선 프로세스 등 항목은 평점 기준 3점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의 우수한 외형을 지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운영 외적인 체계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도는 40점 만점에 24점을 기록했다. 소위원회 개최와 이사진의 교육 횟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의무설치 대상 소위원회를 제외한 기타 위원회의 작년 개최 횟수는 4회로 분기에 1번만 열렸다. 이사의 교육은 1번에 그쳤다.
견제기능에선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 만의 회의 개최 여부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에서 각각 1점을 받았다. 사외이사를 다수 선임했지만 정작 사외이사를 통한 견제를 위한 세부 시스템은 구축하지 못했다.
평가개선 프로세스 역시 비슷한 문제점을 보였다. 외부 평가기관으로부터 ESG 등급은 A등급을 받는 등 외형적으론 우수했다. 하지만 이사회 평가에 대한 공개와 평가를 통한 개선안 마련 등에선 모두 1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