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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리더십 변화 기로에 섰다. 4곳의 CEO가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보험사는 새로운 지배구조 모범관행의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은행지주 CEO 승계에 발맞춰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프로세스가 가동된다. 지주회장과의 역학관계, 관행, 임기 중 경영 성과 등을 들여다보고 연임 또는 교체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사진)의 연임 여부는 불투명하다. 8개 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실적이 그 배경이다. 햇수로 취임 3년째이기도 한 만큼 신한EZ손보의 경영 쇄신 차원에서 리더십 교체가 단행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강 대표 연임 향방은 '경영성과 부진 관점'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만 놓고 보면 경영성과 부진이 맞다. 다만 출범 초기인 신한EZ손보는 단기 실적보다 IT시스템 개선 등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한 시기라 경영성과 부진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8개 분기 연속 적자 늪…적자 폭도 확대
신한금융그룹은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구성하고 계열사 대표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12월 31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강 대표도 12개 인선 대상 계열사 대표 중 한명이다. 그중에서도 강 대표는 연임 여부가 비교적 불투명한 축으로 분류된다.
강 대표는 신한금융과 접점이 있던 인물은 아니다. 앞서 신한금융이 BNP파리바카디프손보(현 신한EZ손보)를 인수한 해인 2022년 인수추진단장 겸 사장 후보로 영입돼 합류한 외부 출신 인사다. 신한금융의 일원이 되기 전까진 삼성화재 투자관리파트 부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1977년생으로 최연소이자 손해보험 시장에 대한 이해와 디지털 사업 추진 경험까지 갖춘 강 대표는 디지털 손보사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당시 신한금융은 "업계 관행 등에 구애받지 않고 디지털 손보업에 대한 다양한 비전과 아이디어를 제시해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신한EZ손보는 강 대표 체제에서 8개 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졌다. 연간 순손실 규모는 2022년 150억원, 2023년 78억원 등이다.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60억원으로 전년 동기 7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60억원을 포함해 2022년부터 288억원의 누적 순손실 기록했다.
올해도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강 대표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2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을 경영성과 부진으로 보고 신한EZ손보의 경영 쇄신 차원에서 리더십 교체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IT시스템 개선,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은 성과
업계 안팎에선 강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 등 다른 디지털 손보사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 강 대표 체제 신한EZ손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본격적인 도약을 위해 사업을 준비하는 출범 초기인 만큼 경영성과 부진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신한금융이 강 대표를 영입한 배경도 단기 실적 달성보단 기반 마련의 의미가 컸다. 이런 의도를 놓고 봤을 때 강 대표는 임무에 충실했다. 실제 강 대표는 신한EZ손보의 초대 대표를 맡아 디지털 손보사의 핵심 기반인 IT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빠르게 마무리 짓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디지털 보험사 서비스의 핵심은 상품 판매, 청약과 심사, 보험료 지급 등의 기능을 아우르는 IT시스템이다. 강 대표는 취임 직후 13년 된 기존 IT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의 차세대 시스템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해 올해 4월 작업을 끝냈다. 당초 예상 기간보다 5개월 단축했고 이를 클라우드화하는 작업도 1개월로 마무리했다.
디지털 손보사로서의 기틀을 다지는 동시에 실적 면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밝히는 요인이다. 강 대표는 올해 장기보험 쪽으로 보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이에 올해 상반기 원수보험료가 1년 전보다 15%가량 증가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