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Financial Index화장품

1세대 로드숍, 드라마틱한 EBITDA 업다운 배경은

[브랜드]②리스회계기준 변경 따른 상각비 급증 영향…최근 관련 효과는 미미

김소라 기자  2024-09-30 14:51:04

편집자주

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기반의 영업활동과 유·무형자산 처분과 매입의 투자활동, 차입과 상환, 배당 등 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 집단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 내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기업집단의 재무 현황을 살펴본다. 이를 넘어 숫자를 기반으로 기업집단과 기업집단 간의 비교도 실시해봤다.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 재무제표를 보면 특정 시기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2019년을 기점으로 최근까지 약 5년 여간의 기간이 대상이다. 주요 수익성 지표와 재무구조 등에서 이들 기업은 유사한 변동 패턴을 보였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오프라인에 자체 브랜드 점포를 다수 운영하던 기업 위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부동산 임차 등을 통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해 온 화장품 브랜드들이다. 이 임차와 관련한 국제회계기준(IFRS) 변동으로 리스의 재무제표 적용 방식이 바뀌면서 재무구조 상 후속 변화도 여럿 감지됐다. 현금 창출력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THE CFO가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 재무를 분석한 결과 1세대 로드숍 중심으로 뚜렷한 변화 패턴이 감지됐다. 분석 대상은 총 4개 업체(△에이블씨엔씨 △토니모리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로 이들 모두 특정 시기 유사한 재무 흐름이 나타났다. 동 기업은 크게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순까지 자체 대표 브랜드를 필두로 국내 화장품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라네즈' 등이다.

◇회계기준 변경 효과 누려, 임차 점포 자산 신규 반영

3개 브랜드사는 2019년 일제히 현금 창출력을 개선했다. 당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기존 감소세를 보이던 EBITDA 흐름이 한순간 반전되는 때였다. 이는 상각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당초 2016년을 기점으로 오프라인 점포들이 감소하며 감가상각비용도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신규 회계기준 도입 영향으로 이전과는 상반된 흐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에이블씨엔씨, 토니모리 등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였다. 이들은 화장품 브랜드 빅2(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대비 자본력이 낮고 브랜드 품목도 한정된 탓에 상대적으로 대외 환경 변화에 더 민감한 편이다. 두 브랜드는 2019년 일제히 EBITDA가 전년대비 플러스(+) 전환했다. 이 기간 영업 손실을 크게 낮춘 영향도 있었지만 감가상각비가 증가한 것이 주효히 작용했다.

이는 당해 신규 회계기준인 K-IFRS 1116호가 도입된 영향이다. 동 회계기준은 리스(lease)에 대한 재무제표 반영 방식을 변경토록 했는데 이에 따라 현금 창출력 지표에도 가시적인 변화가 생겼다.

구체적으로 추후 반납을 조건으로 하는 운용리스의 경우 기존 재무제표에선 리스료를 영업 비용으로 단순 처리했는데 K-IFRS 1116호에선 리스를 모두 일괄적으로 자산 및 부채 항목으로 각각 별도 반영할 것을 규정했다. 단순 리스 비용만 인식할 경우 재무제표 상 부채가 감춰지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결과적으로 1세대 로드숍들은 이 신규 회계기준 도입에 따라 리스 유관 자산(사용권자산)이 새롭게 잡혔다. 일례로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2019년 결산 기준 비유동자산으로 분류된 사용권자산이 560억원 가량 신규 반영됐다. 판매관리비도 증가했다. 사용권자산에 대한 상각비 225억원이 반영되면서다. 이처럼 감가상각비가 증가하며 EBITDA도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근래 수익성 지표 일제히 악화…LG생건도 위축세 뚜렷

빅2도 이들과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변화 폭이 에이블씨엔씨, 토니모리 대비 크진 않지만 기존 감소 추세였던 EBITDA가 2019년을 기점으로 증가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당해 아모레퍼시픽 EBITDA는 전년대비 22% 늘어난 9100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1조4000억원의 EBITDA를 기록, 약 19%의 증가율을 보였다.


근래 화장품 브랜드들의 현금 창출력은 상대적으로 이에 못 미친다. 분석한 4개 브랜드 모두 영업이익이 2010년대 중순만 못하고 오프라인 점포수도 감소하면서 EBITDA 기여도가 일제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토니모리는 2020년 EBITDA가 마이너스(-) 157억원을 기록, 전년(113억원)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영업손실이 확대된 것도 주요히 작용했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2016년 이후 약 7년 만에 영업이익 확보에 성공하며 분위기 전환 물꼬를 텄다.


LG생활건강은 4개 브랜드 중 유일하게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했다. 나머지 기업들이 2019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 및 EBITDA가 모두 감소한데 반해 LG생활건강은 영업 호조 흐름을 보였다. 비교적 타 브랜드 대비 럭셔리 라인에 집중하면서 중국발 로드숍 수요 감소 영향을 제한적으로 인식한 덕이다. 코로나19 시기에도 현금 창출력을 늘렸으나 최근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지난해 EBITDA는 7500억원대에 그쳤다. 이는 2016년(1조140억원) 대비 약 25% 감소한 규모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