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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상환 능력 일제 후퇴…부채 관리 의지는 엿보여

[브랜드]④EBITDA/금융비용 10년간 하향, 차입금 낮췄으나 이자비용 확대 불가피

김소라 기자  2024-10-08 15:41:01

편집자주

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기반의 영업활동과 유·무형자산 처분과 매입의 투자활동, 차입과 상환, 배당 등 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 집단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 내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기업집단의 재무 현황을 살펴본다. 이를 넘어 숫자를 기반으로 기업집단과 기업집단 간의 비교도 실시해봤다.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들은 빚 상환 역량이 일제히 약화되는 흐름을 보여왔다. 한국 뷰티 브랜드 호황기였던 2010년대 중반 이후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이같은 분위기가 단번에 감지된다. 영업으로부터의 현금 창출력은 약화되는 한편 부채에서 발생하는 이자 비용 부담은 더 가중되는 형태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빚 상환 역량이 약화되는 것은 재무적 관점에서 가장 좋지 않은 신호다. 외부 차입을 크게 일으켰다고 해도 이를 갚을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뒷받침된다면 문제 되지 않는다. 오랜 기간 화장품 판매 등 영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K뷰티 브랜드들은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지 못했다. 곧바로 커버리지 지표가 악화되는 결과에 직면했다.

이는 THE CFO에서 분석한 국내 주요 뷰티 브랜드 전반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1세대 로드숍(원브랜드숍) 업체인 에이블씨엔씨(미샤)와 토니모리,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본력이 뒷받침된 빅2 기업 LG생활건강 및 아모레퍼시픽 등 4개사를 대표 비교군으로 두고 도출한 결과다. 단적으로 이들 모두 재무 안정성이 약화되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부채 상환 역량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총금융비용 변화를 토대로 이를 확인했다. 4개사 모두 동 수치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크게 지난 10여 년간의 변화상을 보면 대체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해당 기간 금융비용이 늘어났거나 혹은 EBITDA가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두 가지 시나리오가 동시에 적용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판매력이 위축돼 자체적인 현금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외부 차입을 늘려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보충한 곳들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폭발적으로 반영됐던 중국 소비자 수요가 약화됐고 해당 수요를 유럽, 미국산 브랜드들이 그대로 흡수하며 한국 화장품은 가격이나 선호도 면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고 진단했다. 최근엔 경기 침체 등 현지 시장 위축까지 더해지며 영업 전개에 더욱 고전하고 있다. 미국 등 신규 시장으로의 확장 및 신제품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채무 상환 능력이 현재 가장 약화된 곳은 토니모리다. 토니모리 EBITDA/총금융비용은 올 상반기 말 연결 기준 6.8배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4.3배) 대비 60% 가까이 오르는 등 자체적으론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동일한 시점 타 브랜드사 수치(25~53배)와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장기간 변화 추이를 보면 4개사 모두 이자 비용 감내 역량이 약화된 것으로 확인된다. EBITDA/총금융비용 수치가 공통적으로 큰 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모두 한 때 해당 수치가 100배 이상 잡혔을 정도로 이자 비용 소화에 무리가 없었지만 화장품 업계 위축과 함께 상환 능력이 크게 훼손됐다.

EBITDA가 마이너스(-) 전환하기도 한 에이블씨엔씨, 토니모리 등과 달리 빅2 상황은 표면적으로 볼 땐 비교적 낫다. 마찬가지로 동 EBITDA/총금융비용 수치가 특정 시기 급락했지만 여전히 금융비용을 상쇄할 만한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

두 기업만 따졌을 땐 아모레퍼시픽 재무 안정성이 더 낮았다. 2019년 아모레퍼시픽 EBITDA/총금융비용은 45배로 전년(320배) 대비 약 7분의 1 토막 났다. 당해 장기차입금을 크게 늘리며 모수인 금융비용이 증가, 전체 수치가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덩달아 재무 변동성이 확대되며 불안 신호가 감지됐다.


다만 동시에 이들 모두 부채 관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차입금이 줄어드는 흐름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일례로 LG생활건강은 2014년 차입 규모가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으나 지난해 말 3400억원대까지 축소됐다. 당초 유상증자 등 직접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2017년까지 무차입 경영을 펼쳤던 에이블씨엔씨는 2019년 약 650억원의 총 차입금 중 90억을 금융 기관으로부터 수혈하며 차입 기조로 돌아섰다. 현재는 리스부채 130억원,금융 기관 차입금은 20억원 수준까지 차입 금액을 낮췄다.

이같은 노력에도 금융 비용은 증가세다.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차입 비용이 확대된 탓이다.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금융 비용이 오르는 추세다. 이 가운데 토니모리는 유일하게 금융 비용이 일정 부분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는데 이는 차입 설계 구조 영향으로 풀이된다. 장기 차입 대비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단기 차입을 주로 활용하며 금융 비용을 낮춘 형태다. 현재 타 기업들의 단기 차입금 의존도가 한 자릿수에 그치는데 반해 토니모리는 20% 수준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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