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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숍 현금흐름 '기사회생', 빅2 유출은 더 심화

[브랜드]⑤미샤·토니모리 영업현금 유입 물꼬…대기업 순환은 외려 둔화

김소라 기자  2024-10-11 07:10:22

편집자주

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기반의 영업활동과 유·무형자산 처분과 매입의 투자활동, 차입과 상환, 배당 등 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 집단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 내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기업집단의 재무 현황을 살펴본다. 이를 넘어 숫자를 기반으로 기업집단과 기업집단 간의 비교도 실시해봤다.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들은 현금 흐름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최근 현금 유입이 다시 턴어라운드한 그룹과 반대로 유출 상태가 심화되고 있는 부류다. 타이트한 운전자본 관리와 영업 활동 강화를 기반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 곳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상대적으로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빅2(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는 현금 유입과 관련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순전히 영업에서 창출하는 현금만 놓고 보면 국내 화장품 산업 전성기였던 2010년대 초중반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실제 현금 유입 현황을 나타내는 재무 지표 개선 작업 등도 쉬이 이뤄지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제한적인 차입 기조를 유지, 해외 신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을 현재 기울이고 있다.

대표 로드숍 브랜드로 꼽히는 에이블씨엔씨(미샤)와 토니모리는 최근 현금 흐름 개선 물꼬를 텄다. 장기간 고전하던 영업현금흐름(OCF, Operating Cash Flow) 수치가 호전되는 흐름으로 돌아섰다. 이는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통해 이끌어 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2019년 신규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영향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며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누렸던 때와는 차이가 있다.


짧은 기간 분위기가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한 곳은 에이블씨엔씨다. 에이블씨엔씨는 최근 약 5년 사이 영업현금흐름 수치가 크게 출렁였다. 신규 리스(lease) 회계기준 적용 및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슈 등이 1년 상간에 연이어 발생하며 굵직한 변화를 주도했다. 2019년 366억원이던 영업현금흐름이 이듬해 마이너스(-) 188억원을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동 수치는 180억원대를 회복하며 가시적인 호전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사업이 비교적 활기를 띄는 덕이다. 중국 시장 수요 둔화와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생활용품 및 소비재 산업도 직격탄을 맞았지만 능동적인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각각 북미·일본 시장 온라인 채널 강화, 내수 유통 경로 다각화 등 맞춤 전략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고 있다. 수출 비중은 지난해 사업연도 기준 56% 수준까지 올라왔다.

운전자본을 쌓아두지 않는 점도 현금 흐름 개선 배경으로 꼽힌다. 운전자본은 영업 활동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산, 부채 등을 뜻한다. 운전자본이 누적될 경우 현금 순환 면에선 부담으로 작용한다. 에이블씨엔씨는 운전자본 관리에 힘을 주면서 영업 현금 유입을 촉진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9년 이후 에이블씨엔씨 운전자본은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 기간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모두 줄었고 매입채무는 증가한 그림이다.


마찬가지로 토니모리도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다만 보다 압축적으로 성과를 냈다. 지난해 토니모리 영업현금흐름은 전년대비 100배 가까이 급증한 17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137억원의 영업현금흐름을 기록, 근래 매년 1~10억원 수준으로 지지부진하던 현금 유입세가 극적으로 뛰어올랐다. 2015년 기업공개(IPO) 당해를 비롯 사업 호황기 수치와 맞먹는다.

이는 최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사개발생산(ODM) 등 화장품 제조 기업의 약진과도 맞닿아있다. 토니모리의 자회사인 화장품 제조 업체 '메가코스'가 2017년 설립 이후 처음 영업 이익을 확보하며 구체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북미 등에서 한국 인디 브랜드 화장품 수요가 급증한 덕에 수주 물량이 예년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2017년 당시 310억원이었던 연결 재고자산을 지난해 말 170억원대까지 낮췄다.


빅2 상황은 이와 상반된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모두 영업현금흐름이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근래 사업 둔화 위기를 딛고 돌파구를 찾기 시작한 에이블씨엔씨, 토니모리 등과 다른 양상이다. 세부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영업현금흐름 수치가 계속해서 등락하는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왔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시장 위축기에도 비교적 꾸준히 늘려왔던 영업현금 수치가 2022~2023년에 걸쳐 크게 떨어져 내렸다.

영업현금흐름은 위축되는 상황이지만 유동성엔 여유가 있는 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연결 기준 지난 10여 년간 계속해서 순현금 상태를 유지해 왔다. 은행 단기 차입 위주로 그때그때 유동성을 보완하는 전략을 견지 중이다. LG생활건강도 2019년 이후 꾸준히 순현금 상태다. 마찬가지로 단기 조달 구조를 띄고 있다. 다만 주로 기업어음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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