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라는 벽을 마주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좀처럼 활로를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구조 개편의 필요성까지 제기되면서 올해 7월 정부까지 나서 산업 위기 극복 방안을 찾고 있다.
사업 부진 시기 관건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다. 불황기를 견뎌낼 힘은 기업들이 그간 다져온 기초체력이다. 재무구조가 우수한 기업이라면 업황 회복까지 시간을 벌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기업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THE CFO는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재무 상황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분석 기업은 △SKC △SK어드밴스드 △DL케미칼 △여천NCC △HD현대케미칼 △에쓰오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에너지스 △LG화학 △OCI △GS칼텍스 △롯데케미칼 △LG화학(별도) △금호석유화학 △대한유화 △태광산업 등이다. LG화학의 경우 코스피 시가총액 최상위권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어 별도 기준으로도 따로 분류했다.
◇여천NCC·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 부담 증폭, 금호석화·대한유화는 안정
분석한 석유화학기업들 중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EBITDA(EBITDA는 연 환산)가 마이너스(-)인 기업은 세 곳에 불과했다. △금호석유화학 △대한유화 △태광산업이다.
순차입금/EBITDA는 현금창출력 대비 순차입금 보유 비율로 기업의 빚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신용평가사들이 기업의 신용등급을 매길 때 주로 사용하는 지표다. 이번 분석에서 순차입금/EBITDA가 음수일 경우 보유 차입금 대비 현금 보유량이 많다는 뜻으로 금융권 차입 부담이 없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 EBITDA 등 현금창출력이 낮아져도 빚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금호석유화학과 대한유화의 순차입금/EBITDA는 각각 -0.1배, -0.2배다. 태광산업의 경우 -27배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순현금 규모만 1조2000억원이 넘었다.
반대로 순차입금/EBITDA가 10배 이상인 기업도 있다. △여천NCC △HD현대케미칼이다. 각각 올 상반기 말 기준 22.6배, 13.7배를 기록했다. 그만큼 차입금 상환 능력이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롯데케미칼도 올해 상반기 말 9.3배를 기록해 10배에 육박하는 순차입금/EBITDA를 기록했다.
EBITDA 적자를 기록한 곳도 있었다. SK어드밴드스와 SKC다. 두 기업은 각각 올해 상반기 EBITDA로 -327억원, -513억원을 기록했다. 분석 기업중 EBITDA 적자를 낸 곳은 두 기업밖에 없다.
이외 △한화토탈에너지스 △LG화학 △SK지오센트릭 △LG화학(별도) △DL케미칼도 순차입금/EBITDA가 3배 이상이다. DL케미칼의 순차입금/EBITDA는 5.1배다. LG화학(별도)과 SK지오센트릭은 각각 4.7배, 4.6배를 기록했다. LG화학과 한화토탈에너지스는 4.0배, 3.9배를 기록했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 등 정유 사업을 본업으로 두고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경우 상황이 낫다. 올해 상반기 말 양 사의 순차입금/EBITDA배수는 각각 2.7배, 2.1배다. 카본케미칼 사업을 영위하는 OCI도 순차입금/EBITDA가 1.7배로 비교적 낮았다.
◇현대케미칼·여천NCC, 자산 절반 이상이 차입금
자산 중 금융권 차입금의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석유화학기업들은 대부분 30% 안팎을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 △대한유화 △태광산업은 올해 상반기 말 각각 11.6%, 7.9%, 2.2%를 기록해 차입금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차입금의존도가 가장 높은 기업은 HD현대케미칼로 자산의 64.8%가 차입금이었다. 이외 여천NCC도 차입금의존도로 55.9%를 기록했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별도)은 차입금의존도로 각각 31.5%, 30.7%를 기록했다. SK지오센트릭과 한화토탈에너지스는 각각 34%, 33%를 기록했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의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9.9%, 23.5%였다.
작년 이후 석유화학기업들의 현금창출력이 저하하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우량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편 여천NCC 등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기업들도 존재한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기업들도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 부담이 적지 않았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불리한 수급환경 아래 올레핀 기초유분 중심 사업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보유한 기업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