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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기반의 영업활동과 유·무형자산 처분과 매입의 투자활동, 차입과 상환, 배당 등 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 집단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 내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기업집단의 재무 현황을 살펴본다. 이를 넘어 숫자를 기반으로 기업집단과 기업집단 간의 비교도 실시해봤다.
화장품 브랜드들은 지난 몇 년간 자금 지출을 자제하고 있다. 영업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니면 되도록 자금을 비축해 두는 식이다. 어느 정도 자본력이 뒷받침 되는 대형 브랜드의 경우 설비 확충이나 배당 지급 같은 현금 유출을 자제하는 모습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가운데 도리어 방향성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사업 우선 순위 위주로 압축적으로 투자하는 까닭이다. 근래 각기 타깃 시장을 대상으로 자금을 집행하는 활동들이 감지된다. 일부 브랜드는 산업 위축 시기 중단했던 배당을 재개하는 등 주주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들은 현재 여유 자금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일제히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대체로 근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투자 활동을 축소하며 여윳돈을 남기는데 주력하고 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빅2를 비롯해 로드숍 브랜드 토니모리 등에서 동 패턴이 감지된다.
◇'미샤' 에이블씨엔씨, EBITDA 초과 배당액 지출 브랜드 미샤 운영사 에이블씨엔씨는 유일하게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마이너스(-) 110억원의 FCF를 기록하며 홀로 수치가 하락했다. 당해 사업을 통해 여윳돈을 남기는데 실패한 셈이다. 직전년도인 2022인 180억원 이상의 FCF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반전됐다.
에이블씨엔씨가 잉여 자금을 남기지 못한 것은 대규모 현금 집행 이슈가 있었던 영향이다. 구체적으로 총 330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금 지급이 원인이 됐다. 2017년 이후 약 6년 만의 배당 집행이 이뤄졌다. 유무형자산 등 영업에서의 투자 집행분이 줄어든 한편 재무 활동 현금 유출은 크게 확대된 그림이다.
자체 현금 창출력을 초과한 만큼의 배당 활동이 이뤄진 점은 눈에 띈다. 지난해 에이블씨엔씨 총 EBITDA는 220억원에 조금 못 미쳤다. 이보다 약 100억원 이상을 더 주주 환원 활동에 투입했다. 영업 실적 악화로 장기간 무배당 기조를 유지해 온 것을 고려하면 드라마틱한 정책 변화가 감지됐다. 에이블씨엔씨는 2017년 -82억원의 FCF를 기록하며 여유 자금 마련에 실패한 후 4년 간 현금 유출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FCF 확보 주력'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배당 일제히 축소 반면 타 브랜드들은 일제히 배당 집행 규모를 줄였다. 재무 활동에서의 현금 유출을 조절, 잉여 자금을 남기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배당 지급액 축소폭은 LG생활건강이 가장 컸다. 지난해 전년대비 절반 수준인 971억원 규모의 배당 지급에 그쳤다. 아모레퍼시픽은 동기간 약 30% 줄어든 470억원의 배당을 집행했다. 토니모리의 경우 2019년을 끝으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잉여 현금 확충 효과는 뚜렷이 나타난다. 영업 외 투자, 재무 등에서의 현금 지출을 통제해 유보금을 쌓았다. 특히 LG생활건강에서 관련한 효과가 톡톡히 감지된다. 지난해 FCF를 전년대비 3배 이상 늘어난 3900억원 대까지 높였다. 설비투자 등 CAPEX(자본적지출) 대금은 과거 사업연도와 비교해 비교적 적은 160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이미 자체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고 별도 신사업 전개 활동 등이 없는 상황에서 추가 CAPEX 집행 필요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최근 신규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은 기울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벤처 뷰티 브랜드 투자를 위한 펀드 결성에 50억원을 투입했다. 국내 인디 브랜드들의 글로벌 시장 약진에 따른 결정이다. LG생활건강은 기존에도 주로 펀드 등을 활용해 투자를 집행해 왔다.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과 비교해 금융 자산 투자를 좀더 활발히 집행하는 편이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의 당기손익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취득을 위한 현금 지출분이 14억원에 그친데 반해 아모레퍼시픽 지출분은 650억원대에 육박했다. 결과적으로 아모레퍼시픽 전체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1860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1000억원 이상 늘었다. 당시 관계사인 화장품 제조사 '코스알엑스' 주식 매매 계약 관련 금액이 일시적으로 반영되며 규모를 키웠다.
다만 배당 집행을 축소하는 등 활동을 견지하며 유보 자금 확보에 성공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FCF는 1200억원대를 기록, 1년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