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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디테일' 아쉬운 BSM

이민호 기자  2024-09-09 08:15:05
미국에서는 ESG 경영에서 거버넌스(G) 투명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에 발맞춰 이사회 역량 평가표인 BSM(Board Skills Matrix)을 도입하는 상장사들이 늘고 있다. 주주와 투자자는 BSM을 통해 이사회 다양성과 전문성을 한눈에 알 수 있고 기업으로서도 차기 이사회 구성과 교육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상장사들의 BSM 도입은 지지부진하다.

SK하이닉스는 BSM을 도입한 몇 안되는 국내 상장사 중 하나다. 2022년 10월 BSM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BSM 항목은 표준화돼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 필요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을 임의로 정한다. SK하이닉스의 BSM 항목은 △리더십 △산업·기술 △재무·위험관리 △법률·공공정책 △M&A·사업개발 △글로벌 △ESG 등 7개다.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정하는 항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SK하이닉스에도 필요한 항목이다.

SK하이닉스는 BSM을 이사회 구성 계획에도 실제로 활용하고 있다. 2022년 10월 BSM 도입 후 첫 평가에서 산업·기술 항목의 비중이 낮은 것으로 보고 지난해 3월 정기주총을 통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석좌교수이자 반도체 설계 전문가인 정덕균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한 점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의 BSM 활용법을 들여다보면 '디테일'이 아쉽다. BSM을 도입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투명성을 높이는 데 있다. 하지만 이사 개별 역량에 대한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항목별로 전체 이사에서의 비중만 제시할 뿐이다. 주주와 투자자로서는 어떤 이사가 어떤 역량을 가졌는지, 특정 이사에 대한 쏠림이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이 '불완전한' BSM마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만 공개하고 있다. 주요 공시 대상인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는 BSM에 대한 언급이 없다. 주주와 투자자를 위한 정보라면 단순히 공개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디테일은 주주와 투자자에 대한 배려로, 또 ESG 경영으로 직결된다.

SK하이닉스가 국내 상장사 중에서도 이사회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인정할 만하다. 이사회 개최 빈도, 사외이사만의 회의 빈도, 사외이사 비중, 이사 본인평가 도입 등 다양한 부분에서 모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BSM을 비롯해 이사 추천 프로세스나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 정책 등 일부 부분에서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가 디테일을 고민해 ESG 경영을 선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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