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손해보험(하나손보)은 상반기 보험사 자본적정성이 줄줄이 악화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지급여력비율이 상승한 보험사 중 한 곳이다. 모회사 하나금융지주의 자금수혈을 바탕으로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및 금리 하락에 따른 가용자본 감소와 요구자본 증가의 부담을 차고 넘치게 상쇄했다.
제도 및 환경 변화의 부정적 영향이 3분기에도 계속되고 있으나 지급여력비율은 오히려 더욱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지주의 지원 역시 한 차례 더 이뤄졌기 때문이다.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줄었지만…신종자본증권 덕에 가용자본 되려 증가
하나손보는 2024년 상반기 말 기준으로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비율, 킥스비율)이 160.6%로 집계됐다. 작년 말보다 7.5%p(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국내 손보사들의 킥스비율 평균치가 7.5%p 하락한 것과 정확히 반대의 움직임이다.
상반기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 하락은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제도의 시행, 금리 하락, 기초가정 리스크 신설 등 다양한 제도적·환경적 변화의 영향 때문이다. 이 변화들은 킥스비율의 분자에 해당하는 가용자본을 줄이고 분모에 해당하는 요구자본을 늘리는 방향으로 보험사 자본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하나손보는 가용자본이 작년 말 3373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4282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제도 및 환경 변화의 영향을 피해간 것은 아니다. 상반기 가용자본의 구성요소 중 순자산의 하위 항목인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55억원에서 -124억원으로 179억원 감소했다.
이는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의 영향으로 늘어난 보험부채 평가액이 -241억원의 순금융손익으로 반영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하락으로 인한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자산(FVOCI)의 평가액 감소분 역시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을 61억원 줄였다.
이 기간 하나손보는 조정준비금이 255억원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익잉여금이 176억원 줄어드는 등 기타포괄손익누계액 감소의 영향을 자력으로 완전히 지워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가용자본이 늘어난 것은 2분기에 더해진 1000억원의 보통주 이외 자본증권 덕분이다.
이는 하나손보가 앞서 5월 발행한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의미한다. 애초 소형 보험사인 하나손보의 자본규모가 크지 않았던 만큼 단 1000억원의 지원만으로도 큰 폭의 가용자본 보강이 가능했다.
◇하나금융지주 자금지원, 규모는 물론이고 시점도 '효과적'
하나손보가 5월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은 단순한 외부조달이 아니다. 모회사 하나금융지주가 전액 인수한, 즉 자본확충을 위한 모회사의 지원금액이다.
상반기 동안 하나손보는 요구자본 부담 역시 2203억원에서 2667억원으로 464억원 불어났다. 보험부채 평가액 증가로 인해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이 967억원에서 1269억원으로 302억원 증가했고 운영위험액 역시 하위 위험 기조가정위험액의 신설로 인해 337억원 늘어나는 등 리스크의 증대가 있었다.
만약 하나금융지주의 1000억원 수혈이 없었다면 하나손보의 2분기 말 킥스비율은 123.1%까지 낮아져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밑돌게 된다. 이미 1분기에 킥스비율이 129.3%를 기록하고 있었던 만큼 모회사의 지원이 적시에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등 제도적 영향이 지속되고 있기는 하나 3분기에도 하나손보의 킥스비율은 상승세를 이어갔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나금융지주는 앞서 8월 유상증자 참여 형식으로 하나손보에 100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상반기 말 하나손보의 가용자본에 1000억원을 더하면 킥스비율은 198.1%까지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