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보험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을 3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증액하는 데 성공했지만, 과정은 험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요예측 이후 추가 청약까지 진행했지만 금액이 모자란 탓에 주관 증권사들이 일부 물량을 떠안는 방식으로 증액이 이뤄진 것이다. 은행과 달리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의 투자자 풀이 좁은 데다가, 금리밴드도 낮게 제시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 추가 청약으로도 발행 목표액 못 미쳐…주관사가 670억 인수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전날 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는 30년이지만 발행일로부터 5년 뒤 콜옵션(조기상환권) 조항이 있다. 발행금리는 희망금리밴드(4.3~4.8%) 상단인 4.8%로 정해졌다. 주관업무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인수단으로는 한화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참여했다.
앞서 한화생명은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이달 9일 수요예측을 진행, 3560억원의 투자수요를 모았다. 당초 모집액이었던 3000억원을 웃도는 금액이었다. 다만 한화생명의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이달 초 콜옵션을 행사한 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3000억원 규모 모집액은 명목상 신고금액에 불과했다. 실질적인 발행 목표액은 5000억원이었던 것이다.
수요예측 이후 추가 청약에서는 77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수요예측에서 확보된 3560억원과 합하면 총 4330억원으로, 발행 목표액 대비 여전히 670억원가량이 부족했다. 나머지 금액은 주관사인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각각 335억원씩 인수해 최종적으로 5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주관사 측은 “큰 규모가 아니라 문제없다”며 “내부 리테일 부서 등에서 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73.1%였다. 한화생명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 효과로 K-ICS 비율이 177.3%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이달 초 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반영하지 않은 단순 추정이다. 콜옵션을 행사한 금액만큼 차환 발행을 했기 때문에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만으로는 K-ICS 비율이 바뀌지 않는다.
◇ 보험사 신종자본증권 수요층 얇아…"리테일 노려야 하는데 금리 매력 낮았다"
한화생명은 9조2000억원대 보험계약마진(CSM)을 보유한 업계 2위 생명보험사다. 보험지급능력평가 등급도 AA+ 인 데다, 지난달 말 신용평가사 3사로부터 ‘긍정적’ 아웃룩을 받아 최상위 신용도인 ‘AAA’ 등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수한 시장지위와 신용도를 보유한 한화생명이지만, 5000억원 규모의 투자수요를 모으지 못해 증권사 인수에 의존하는 트랙 레코드를 남긴 모습이다.
IB업계에서는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의 수요층이 얇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관들은 안정성 측면에서 은행을 최고로 여겨, 증권사나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은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리테일 수요로만 5000억원을 모아야 되는 상황이다 보니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 후순위채라면 그나마 괜찮은데,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은 확실히 선호도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한화생명의 금리밴드(4.3~4.8%)가 너무 낮게 제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시중은행 신종자본증권 금리가 4.2~4.4% 수준이었는데 한화생명의 밴드 하단이 4.3%였다”며 “사실상 투자자가 기관이 아닌 개인일 텐데, 같은 금리라면 보험사보다는 시중은행을 선호한다”고 짚었다. 또 “회사채와 경쟁하려면 적어도 5% 수준은 돼야 시장의 눈높이와 맞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생명에 이어 경쟁사인 교보생명도 이달 말 수요예측을 거쳐 5000억원 규모 자본성 증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증액 목표치는 7000억원이다. 교보생명은 신종자본증권보다 변제순위가 높은 후순위채를 택했다. 교보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 등급은 AAA로, 후순위채 등급은 이보다 1노치(notch) 낮은 AA+등급이 적용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