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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E&S 합병 '승부수'

SK㈜만 웃는 합병비율, 통합 이노 지분 '극대화'

이노베이션, 기준시가법 적용…E&S, RCPS 현물상환 가정

박기수 기자  2024-07-19 14:56:24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과정에서 산출된 합병비율(1대 1.19)이 지주사 SK㈜에는 유리하고 SK이노베이션의 대다수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SK는 SK이노베이션의 지분 34.45%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소액주주를 비롯해 약 64%의 주주 입장에서는 SK E&S의 주식가치가 높게 측정될수록 지분 가치가 희석돼 불리하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은 1대 1.1917417다. SK E&S 1주당 합병법인(SK이노베이션+SK E&S)의 신주 약 1.19주를 받는다. 비율대로라면 SK는 합병 SK이노베이션의 지분을 54.15% 보유한다.

다만 THE CFO 취재에 따르면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SK그룹의 선택에 따라 합병비율은 최대 1대 0.49까지 될 수 있었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대다수 주주들은 합병으로 인해 보유한 주식가치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다만 합병비율이 높게 측정되면서 지분 가치 희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도시가스 '핵심' 사업이라면서 '현물 상환' 가정

SK E&S의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담당 회계법인인 한영회계법인은 SK E&S가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추후 상환할 때 현금 상환이 아닌 현물 상환할 것을 가정했다. 상환 시 현금보다 현물 상환이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영회계법인 관계자는 "현물 상환이 유리하다는 근거는 RCPS의 현금 상환가(3조1335억원)보다 도시가스 7개 회사의 순자산가치(1조4603억원)가 더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K E&S가 사모펀드 KKR에게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면서 내건 상환 조건에는 △강원도시가스 △영남에너지서비스 △코원에너지서비스 △부산도시가스 △전북에너지서비스 △전남도시가스 △충청에너지서비스 등 도시가스 7개 회사의 지분으로 상환할 수 있는 조기상환권이 있다.

다만 SK E&S는 도시가스 사업 매각 계획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SK E&S 관계자는 "도시가스 사업은 향후에도 기업의 핵심 사업"이라고 밝혔다.

도시가스 사업이 핵심 사업이고 매각을 고려하지 않는 사업이라면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현물 상환을 가정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실질을 반영하는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SK E&S가 RCPS를 도시가스 자회사 지분으로 갚겠다고 가정한 것은 조만간 도시가스 사업을 접겠다는 말과 동의어"라고 말했다.

만약 현물 상환이 아닌 현금 상환을 가정할 경우 SK E&S의 1주당 순자산가치는 기존 8만2475원이 아닌 4만6416원이 된다. 이를 기반으로 본질가치를 계산하면 합병가액은 기존 13만3947원이 아닌 11만9524원이 나온다.


◇PBR 1배 이하인데 기준시가 채택, SK→SK이노 지분 극대화

또 하나 논란이 제기되는 지점은 상장사 SK이노베이션의 가치평가법이다. SK이노베이션의 가치평가는 비상장사 SK E&S 평가법과 다르게 본질가치 평가가 아닌 기준시가 평가만 이뤄졌다.

상장사의 경우 보통 기준시가법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기준시가가 자산가치에 미달하는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76조의5'에 따라 자산가치에 따른 방법으로 산정할 수 있다.

2022년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당시에도 같은 논란이 있어 동원산업이 기준시가에서 자산가치로 평가법을 수정했었다. 소액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와 그 이익에 부합하기 위함이었다.


만약 SK이노베이션이 자산가치법을 선택했다면 SK이노베이션의 합병가액은 기존 11만2396원에서 24만5405원이 된다.

24만5405원과 11만9524원(SK E&S가 RCPS를 현금 상환한다고 가정한 값)의 합병가액을 놓고 비율을 재산정하면 1대 0.487046311이 나온다. 현재의 합병비율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SK의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은 44.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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