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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E&S 합병 '승부수'

SK, SK E&S '배당수익원' 대신 '합병' 강수 배경은

지배구조 한계 타개로 SK온 기민한 지원…SK 기업가치 장기적 제고 기대

이민호 기자  2024-06-20 15:43:19
SK그룹 지주사 SK가 SK E&S를 SK이노베이션에 합병시키는 방안을 고려하는 데는 SK온에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려는 판단이 깔려있다. SK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현재 지배구조상 한계를 넘어 SK E&S 자금을 SK온에 가장 기민하게 이용하려는 의도다.

SK E&S가 SK이노베이션으로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기 전부터 SK그룹은 SK E&S의 활용 방안에 대해 꾸준히 고민했다. SK E&S에 대한 SK그룹 지주사 SK의 지분율이 90%로 재무적투자자(FI) 지분 10%를 고려하더라도 사실상 한몸인데다 SK E&S가 도시가스 공급 자회사와 LNG 발전 자회사를 앞세워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보유하고 있는 덕분이다.


SK는 지금까지 SK E&S를 배당수익원으로 활용했으며 특수관계자 중 1위를 다투는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 SK가 2022년 종속·관계·공동기업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수취한 전체 배당금은 1조388억원으로 SK E&S로부터의 배당금이 2610억원이었다. SK텔레콤(2725억원) 다음으로 높은 기여도였다.

지난해의 경우 SK가 특수관계자로부터 수취한 전체 배당금 1조3994억원 중 SK E&S가 가장 많은 4816억원을 책임졌다. 올해 1분기에도 전체 배당금 6096억원 중 SK E&S가 3486억원으로 가장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 2022년, 2023년, 올해를 통틀어 3년간 SK E&S가 SK에 지급한 배당금만 1조912억원에 이르렀다.

SK E&S가 확실한 캐시카우인 점은 분명하지만 현재 지배구조에서 SK E&S의 자금을 SK온으로 재분배하려면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한계가 있다. SK E&S의 힘은 도시가스 공급 자회사와 LNG 발전 자회사들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이들 자회사로부터 창출된 현금을 SK온으로 재분배하려면 SK E&S 자회사→SK E&S→SK→SK이노베이션→SK온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배당과 출자를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분율에 따른 외부주주로의 배당금 유출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긴 시간이 소요된다. SK온의 자금 조달이 급한 만큼 연속된 배당과 출자는 비효율적이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이나 SK온이 SK E&S를 직접 합병하는 것이 SK E&S 자금을 SK온에 이용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자회사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SK로부터 SK E&S 지분 90% 전량을 사들일 자금적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SK E&S 자회사→SK E&S→SK이노베이션→SK온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점은 여전하다.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합병할 때의 과제 중 하나가 그룹 지주사 SK의 기업가치를 보존하는 것이다. SK 기업가치에는 그룹 차원에서도 캐시카우로 인정되는 SK E&S에 대한 높은 지배력이 반영돼있는 탓이다. SK 기업가치를 보존하면서 SK E&S 자금을 SK온에 이용하려면 SK가 SK E&S를 흡수합병하면 된다. SK는 이미 2015년 8월 SK C&C와 합병하고 2021년 12월 SK머티리얼즈를 흡수합병하면서 거대화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SK에서부터 출자를 시작해야 하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만큼 SK온 자금 지원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볼 수는 없다.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흡수합병하더라도 SK E&S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SK온 이익이 턴어라운드한다면 SK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이다. SK로서는 SK E&S로부터의 배당금수익이 사라지는 대신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직접 출자 부담에서 자유로워지는 데다 SK온 이익 정상화의 온기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SK온 이익 정상화에 따른 SK 기업가치의 장기적 제고를 기대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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