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와 은행계 금융지주 회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명확한 주인의 유무다. 삼성카드는 대기업 계열 카드사로 삼성그룹의 지배를 받고 있다. 역대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삼성그룹 내 이슈나 지배구조 변화였다.
과거 삼성생명 상장과 에버랜드 지분 매각 등으로 인해 주가가 급변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는 삼성생명 최대 주주 체제가 정착돼 지배구조 변화를 통한 주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새로운 동력을 위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요구된다.
◇2007년 최고가 6만8400원 기록 후 현재까지 경신 못해…주식 수는 오히려 감소
삼성카드는 지난 2007년 6월 처음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옛 LG카드(현 신한카드)에 이어 카드업계 두 번째로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했다. LG카드가 신한카드와 합병한 이후 신한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된 현재 삼성카드가 업계 유일한 상장사로 남아 있다.
삼성카드는 타 금융주들과 마찬가지로 만년 '저평가주'로 통한다. 상장 초기에 달성한 최고가를 약 17년 동안 경신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2007년 6월 27일 시초가 6만2200원을 시작으로 7월 한 달 동안 등락을 반복하다 2007년 7월 20일 장중 최고가 6만8400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도 그해 7월 19일에 기록한 6만8000원이다. 발행 주식 수는 현재 1억1585만8891주로 2007년말(1억1770만2672주) 대비 오히려 줄어들었지만 주가는 반대로 당시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주가의 변동폭도 크지 않은 편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중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가 2~3만원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2010년대 후반 이후에는 대부분 1만원 미만의 등락폭을 보였다.
특히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동안은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가 각각 6250원, 4550원, 5150원에 불과했다. 최저가 대비 최고가의 상승률도 21%, 15.4%, 18.3% 수준에 불과했다. 박스권에 갇혀 주가 상승 동력을 잃은 '배당주'로 전락했다.
◇삼성생명 상장·삼성 지배구조 개편 등으로 한때 6만원 돌파
그동안 삼성카드의 주가는 경영 지표보다는 외부 변수에 좌우되는 모습을 많이 보여 왔다. 특히 삼성그룹 관련 이슈 또는 지배구조상 변화가 있을 때 가장 큰 상승 동력을 얻었다. 주인이 없는 은행계 금융지주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삼성생명 최대 주주 체제로 지배구조가 정착된 후 주가가 박스권에 갇힌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역대 최고가에 가장 근접했던 2010년 사례가 가장 대표적이다. 삼성카드는 2010년 12월 3일 6만6000원의 최고가를 기록했고 2011년에도 1월 3일 6만3400원의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연중 최고가가 6만원대를 넘어선 해는 2007년과 2010년, 2011년 3년뿐이다.
당시 삼성카드 주가는 2009년 말부터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해 최고가(5만8300원)도 12월 24일에 기록했다. 같은 시기 삼성생명이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고 삼성카드가 보유 중이었던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4%의 평가 가치 상승 호재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당시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주식 13.34%를 보유하고 있었다.
에버랜드 주식은 2011년까지 삼성카드 주가의 기반이 됐다. 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11년 하반기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 매각을 추진했고 주가는 다시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2016년 주가 상승기 역시 지배구조 관련 호재가 있었다. 2016년 9월 13일 삼성카드 주가는 5만5300원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2011년 이후 최고가에 해당하며 이후 약 7년동안 아직까지 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2016년 1월 11일 기록한 연중 최저가(2만8150원) 대비 증가율은 96.45%에 달한다.
당시 이슈는 삼성금융지주 설립이었다. 삼성생명이 삼성증권과 삼성카드 등의 지분을 매입하며 삼성생명 중심으로 금융계열사들의 지배구조가 재편됐다. 삼성생명은 당시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카드 주식 37.45%를 인수해 지분율 71.86%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삼성카드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저가 대비 최고가 상승률은 22.2%, 29%, 32.5%에 불과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최저가가 2만2000원으로 떨어졌던 2020년에만 일시적으로 상승률이 78.9%를 기록했을 뿐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와 관련된 동력이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밸류업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